모두들 경제가 좋지 않다고 걱정이다. 얼마 전 어느 식당에 갔더니, 주인 아줌마가 테러 공격 이후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항공기가 손님을 반도 못채우고 운항되고 있고 맨하탄의 호텔이 40% 이상 비어 있다고 한다. 100층짜리 건물 두 채가 테러 공격으로 붕괴되고, 탄저병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불안한 세상을 살면서 미국인들이 소비를 안하고 있으니 경제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10년간 장기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가 지난 3분기부터 공식적으로 불황에 돌입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70년대초 이래 최악의 불황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 1930년대의 대공황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비관론과 불안감을 털어내고 한번 낙관론으로 돌아가보자. 비관론 속에 가려있는 낙관적 요소를 들여다보면 미국 경제가 빠른 시일내에 회복될 가능성을 발견할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기름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테러 공격이 있은 후 배럴당 3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지금은 20달러까지 떨어졌다. 기름을 연료나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유가 인하는 미국에서만 수백억달러의 세금을 깎은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둘째,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속하게 경기부양책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1,300억달러 규모의 경기촉진 플랜을 내놓았고 의회는 이번주 중 구체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나치다는 걱정이 나올 정도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실질금리가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졌기 때문에 은행에 잠겨 있던 돈이 소비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
셋째, 테러 참사 이후 위축되었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제너럴 모터스(GM)나 포드 자동차가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한 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인들의 소비가 강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민간연구기관이나 연방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들을 보아도 소비가 걱정했던 것만큼 위축되지 않았고 10월 이후 급격하게 살아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넷째, 경제외적 요소로 미국인들이 단결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월드트레이드 센터와 펜타곤이 테러 공격을 받은 후 미국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애국심으로 가득 차 있다. 민주당 리더들은 "9.11 테러 이후 미국에는 야당이 없고 오직 미국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참사 현장을 찾고 기도회에 참석, 슬픔에 빠진 뉴요커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지미 카터 전대통령은 지금 칭찬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최근 "부시는 나의 총사령관"이라며 부시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함과 동시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정치인과 국민들이 단결하는 것은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경제 회복의 관건은 미국인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2를 차지한다. 테러 공포에 떨며 안방에서 TV만 보고 있으면 불황이 심화된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뉴욕이 안전하므로, 쇼핑도 하고, 뮤지컬도 보라고 말한 것은 치안책임자로서의 발언을 넘어 경제를 살리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도 문제지만 지나친 비관론도 돈 씀씀이를 줄여 경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미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쇼핑도 하고 비행기도 타는 게 지금 필요한 일이다. /inkim@sed.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