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 리뷰
▶ 허영-부패-탐욕...할리웃 ‘발가 벗기기’
올해 칸 영화제서 감독상을 받은 괴상야릇한 영화인 데이빗 린치(’블루 벨벳’ ‘광란의 마음’)의 현재와 과거가 향수감 짙은 초현실적 감각으로 뒤죽박죽 뒤엉킨 다크 코미디요 건조한 필름 느와르이자 서스펜스 미스터리이다. 린치가 쓴 복잡다단한 플롯은 질서 없이 그리고 토막이 나 기형적인 유기체처럼 제멋대로 얘기를 구성하는데 그같은 무질서는 후반 40분부터 차이니즈 박스 같은 기상천외하고 환상적인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충격적인 결말을 맺는다.
참으로 괴이하고 혼란스럽고 얄궂게 기분 나쁘면서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요 독창적인 영화로 작품 전체가 하나의 꿈이라고 해도 좋은데 촬영과 컬러도 지나치게 밝거나 음침하고 또 몽롱해 동화나 환상처럼 느껴진다. 린치는 이 영화를 ‘꿈의 도시 속 사랑의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꿈의 도시 할리웃과 LA를 풍자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리워하고 있는 작품이다.
린치는 깨끗하고 빛나는 표면 속에 스멀대며 미미적거리는 혼란스럽고 어두운 것을 그리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독. 그는 여기서 겉과 속이 다른 허영과 사치와 영광으로 분칠한 할리웃의 뒤틀린 환상과 좌절과 탐욕 그리고 부패와 배신을 감각적이요 진하고 또 서스펜스 가득히 묘사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가다 몰락한 감독과 배우들의 추한 모습과 정체의 교환 그리고 레즈비언 섹스와 드럭과 살인 및 영화 제작과 스타덤에 대한 열망이 밤의 꽃처럼 어둡고 야하게 피어나는데 절망적이요 집념적인 사랑의 이야기이자 아울러 스타로서 성공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한 여배우 지망생의 살인적 욕망의 이야기다.
어두운 밤 불빛이 명멸하는 LA가 내려다보이는 할리웃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달리던 차가 추돌 사고를 당하며 화염에 휩싸인다. 유일한 생존자는 파티복 차림의 섹시한 여인(로라 해링). 사고로 기억상실증자가 된 여자는 걸어서 산을 내려와 한 비어 있는 아파트 내로 들어간다.
이로부터 얼마 후 예쁜 금발의 베티(네이오미 와츠)가 할리웃 스타의 꿈을 안고 캐나다 온타리오로부터 LA 공항에 도착, 차 사고에서 살아남은 여인이 들어간 아파트로 들어간다. 아파트는 베티의 아줌마가 영화 일로 출장가면서 비어놓은 것으로 베티와 자기 이름을 즉석에서 리타(왕년의 글래머 걸 리타 헤이워드의 이름)라고 지은 기억상실증 여인은 그 날 밤 침대에서 뜨겁고 야한 섹스를 나눈다. 그런데 리타는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열쇠와 돈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왔다.
베티는 오디션에서 명연기를 보여줘 캐스팅에 선정되는데 그가 나올 영화의 젊은 감독 애담(저스틴 테루)은 느닷없이 스튜디오로부터 카밀라 로즈라는 정체불명의 여자를 주연으로 쓰라는 압력을 받는다. 한편 베티와 리타가 리타가 가져온 열쇠를 단서로 리타의 과거를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는 급전직하식으로 악몽으로 돌변한다. 도대체 베티와 리타는 서로 어떤 관계이며 또 베티와 암여우 같은 다이앤 그리고 리타와 카밀라는 같은 사람인가.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 경악을 금치 못할 반전을 하는데 모든 것이 일장춘몽 같다.
린치의 TV시리즈 ‘트윈 픽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린치가 흘려놓은 단서로 미스터리를 풀다보면 지성과 감정이 강렬히 자극되는 희한하게 재미있는 괴이한 영화다. 린치의 단골 작곡가 앤젤로 바달라멘티의 음악이 영화의 향수적이요 스산한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R. Universal. 웨스트우드(310-777-3456), 비스타(323-660-6639), 모니카(310-394-9741), 파빌리언(310-475-0202), 쇼케이스(323-934-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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