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9·11 테러 사건으로 지연됐던 ‘한국의 날’ 축제가 추모 대행진과 함께 막을 올린 것은 LA 한인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전국이 초상집 분위기인데 꼭 ‘한국의 날’ 축제를 해야 하느냐는 일부 의견이 있기도 했으나 테러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인 11일을 기해 한인사회가 따로 테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는 것은 미 주류사회와 아픔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라고 본다. 이번 행사를 맡은 축제 재단 측이 차분하게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미국재건을 기원하는 ‘대행진’을 벌인 것은 우리가 그만큼 자랐음을 보여준 선례가 될 것이다.
또 테러범들이 노린 것이 미국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려던 것임을 고려할 때 ‘한국의 날’ 축제를 벌이는 것도 그 동안 주눅든 어깨를 펴고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테러 현장인 뉴욕에서도 계획대로 단합 퍼레이드를 개최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야 테러를 이길 수 있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례행사인 ‘한국의 날’ 축제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오히려 또 다른 테러 가능성으로 긴장해 온 한인사회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좋은 징후라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도 미국인들이 사람의 정상을 되찾는 것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림픽 대로에서 펼쳐진 ‘대행진’에 참가한 한인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하나로 뭉칠 것을 다짐하며 우리가 이 사회의 일원으로 미국인들의 아픔을 나누고 상처치유에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미 주류사회에 한인들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14일까지 계속될 한국의 날 축제가 첫날의 대행진과 추도식에서의 진지함을 망각한 채 ‘흥청망청’ 요란한 분위기로 표변한다면 우리 스스로 부끄러운 일일뿐 아니라 타 커뮤니티의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다. 다행히 축제 재단 측이 행사기간 내내 헌혈, 성금모금 등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하니 일단 안심은 되지만 이 프로그램이 구색용으로 전락해 한 귀퉁이로 밀려나지 않도록 끝까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자던 의지가 일과성에 그쳐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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