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중앙 합병 왜 깨졌나
▶ 다수지점 위치 중복 - 감정대립 원인
한미·중앙 합병이 물건너 갔다. 두 은행의 합병시도는 결과적으로‘잘못된 만남’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파혼의 개연성이 감지되던 결합시도이기도 했다.
우선 1억달러 거래치고는 결정과정이 너무 졸속이었다는 평이다. 중앙은 쫓기듯 팔아 치우려는 인상을 풍겼고, 나라와 중앙 인수경쟁을 벌이던 한미도 정확하게 주판알을 튕겨 보고 매입을 결정했는지 의문이다.
매각결정 직전‘공격 앞으로 경영’을 선언했던 중앙은 얌전한 매물이 아니었다. 매각절차를 밟고 있으면서도 한달 반새 본점을 포함하면 무려 5개의 신규점포를 오픈했다. 이게 곧 팔릴 은행인지 지켜보던 사람들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로서는 중앙인수로 자산규모만 커질 뿐 그 외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처음부터 무성했다. 중앙은 하나씩 지점을 세워가고, 한미는 뒤따라가며 하나씩 지점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지점이 너무 겹쳤기 때문이다. 인수결정 후 한미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고는 하나 이같은 속사정을 안다면 인수자금을 상쇄할 주가상승은 어려우리라는 전망이었다.
한미의 중앙인수는 숫자뿐 아니라 정서도 개제된 변수많은 게임이었다. 중앙측은 한미가 너무 깎으려 든다고 반발했으나 알려지기로는 한미가 제시한 에누리 액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한다.
그 보다는 한미측이 중앙 이사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적자은행도 아니어서 흔쾌히 팔려던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이유로 돈도 깎으려 해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한다. 그러던 참에 매각결정의 숨은 이유였던 은행감독당국의 규제도 없으리라는 확신이 서면서 매각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거래는 무산됐으나 피해는 아무래도 ‘For Sale 간판’을 달고 나왔던 중앙이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저하된 직원 사기와 대고객 신인도등이 상처로 남았다. 일부 신설지점의 마케팅도 내부적으로 중단된 상태였고, 인기점포였던 신설 세리토스지점은 한미 지점과 겹친다는 이유로 기피 1호점이 되기도 했다.
한미·중앙 합병무산으로 나라가 공을 들이고 있는 뉴욕 한빛은행 인수등 은행간 물밑 합병경쟁도 물줄기를 달리하게 될 전망이나 무산되면 상처, 성사된 뒤에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는 합병이 능사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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