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의 하나가 「익스큐즈 미」이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뜻도 되고 “실례합니다”라는 말이기도 하다. 남에게 몸이 부딪혔을 때, 남을 앞질러 갈 때,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을 때, 대회 중 자리를 뜨거나 남의 대화에 끼어들 때 이 말을 쓰고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때도 쓴다. 조금이라도 남에게 불편을 주게 될 때나 신경을 거슬리게 할 때는 반드시 “미안합니다”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미국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사람들도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질색으로 여긴다. 어린아이들이 남의 몸을 건드리든지 남의 물건을 만지든지 하여 남에게 불편을 주거나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 부모가 이를 즉시 제지하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한다. 레스토랑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면 웨이터는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부모에게 단속을 요구한다. 부모는 황급히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면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한다.
이렇게 자라난 어린이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몸에 배게 되어 공동생활에서 공중도덕을 지키는데 익숙하다. 미국에서는 아파트 생활에도 많은 규제가 있다. 밤늦게 소음을 내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하고 집안의 3분의 2 이상은 카펫을 깔아야 하는 규정도 있다. 웬만큼 질서있는 동네에서는 집뜰의 잔디를 깎지 않고 물을 주지 않아서 죽이는 것도 눈총을 받는다. 서구민주주의의 기본사고인 개인주의는 남에게 간섭을 받지 않고 불편을 당하지 않는 반면 남에게 피해와 불편을 끼치지 않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사람들은 좀 다르다. 아이들이 어른에게 기어오르거나 남의 물건으로 장난을 쳐도 제지하지 않는다. 레스토랑 같은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며 소란스럽게 하거나 주위를 어지럽혀도 신경을 쓰지 않고 방치하기 일쑤이다. 심지어는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런 잘못을 잘한다고 격려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와 싸우면 얻어맞지 말고 때려주고 오라고 격려하는 어른도 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한다는 생존법칙을 가르쳐 줌으로써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을 해쳐도 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길러준다.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 공중도덕이 있을 리 없다.서울의 도심 명동거리나 백화점 입구 등 혼잡한 곳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고 서로 떠밀치기까지 하지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남에게 어떤 폐가 되더라도 나에게만 편하고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다. 심하게 말하면 나에게 이익만 된다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집단이기주의가 바로 그런 것이다. 또 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을 짓밟고 해치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의 방도를 찾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동방예의지국이 바야흐로 후안무치지국이 된 셈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어떤 것은 미국식으로, 또 어떤 것은 한국식으로 편리한대로 사는데 한국식 이기주의가 미국식 개인주의에 접목된 그릇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에서 자기가 할 일인데도 남에게 미루거나 공동으로 하는 일에 꾀를 부리는 등 주위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자기가 할 일이며 자기가 필요한 일인데도 다른 사람에게 시키거나 부담을 떠넘기는 얌체족도 있다. 아예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자고 작정한 행위이다.
이런 사고가 집단화하여 나타나는 현상이 한인사회의 공중도덕 부재현상이다. 한인타운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되고 있는 청결문제, 주차문제, 고성방가 등은 지역사회에 폐가 된다. 「익스큐즈 미」를 연발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폐가 된다.
우리는 누구나 남으로부터 피해나 불편을 당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처럼 남에게 피해나 불편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동료, 좋은 친구, 좋은 이웃으로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가 있다. 바로 이것이 한인사회가 미국사회 속에서 좋은 소수민족이 되는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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