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선수들, 스포츠목표 갈수록 상향 조정
장애자 운동선수들의 목표가 갈수록 상향조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장애자들이 하는 스포츠는 자기들끼리 모여 서로 경쟁하는 것쯤으로 치부되어 왔다. 물론 장애자 올림픽도 그같은 맥락에서 벌어지는 행사다.
그러나 근년 들어 이같은 고정관념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에서 시력장애자 말라 러년이 미국 올림픽 육상대표 선수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이런 인식변화에 탄력이 더해졌다. 러년은 법적으로 맹인판정을 받았을 만큼 시력이 제로에 가까운 선수다. 오늘날, 많은 장애자 선수들은 올림픽 대표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정상적인 선수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함께 운동하기를 원한다.
이본 모스쿠에라는 생후 두 살도 못되어 맹인이 되었다.
그 후, 오랫동안 그녀는 외출시 지팡이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두려움에 찬 거동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모스쿠에라는 정상인들과 뒤섞여 운동하는 장애자 운동선수로서 거듭났다. 그녀는 1마일을 8분30초의 속도로 달릴 뿐 아니라, 최근에는 정상인과 장애자 선수가 함께 참가하는 1만미터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맹훈련 중이다. 그녀는 달릴 때 옆에서 함께 뛰는 안내인의 음성설명을 들으며 방향을 잡아 나간다.
모스쿠에라는 그동안 수영, 스키, 댄싱 같은 여러 스포츠를 섭렵해 왔다.
그녀는 결코 공원 산책로를 따라 편안하게 걷거나, 다른 맹인선수들과 겨루는 운동경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밖으로 나가서 일반인들의 자유스런 활동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오늘날, 국제적 비영리단체 ‘아킬레스 트랙 클럽’을 비롯한 많은 장애자 지원단체들은, 회원들에게 가능한 한 다른 정상적인 아마추어 선수들의 ‘주류 스포츠’, 또는 ‘진정한 스포츠’의 대열에 참여하도록 적극 권장한다.
다만, 장애자 선수들이 참여하는 경쟁의 장은 올림픽이나 프로스포츠 같은 엘리트 체육분야가 아니라, 자신들이 속한 지역사회 아마추어 스포츠 분야에서 정상인들과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 매스컴에는 장애자 운동선수들에 관한 기사가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 연방 대법원은 29세의 장애자골퍼 케이시 마틴이 제기한 소송 판결문에서 마틴의 손을 들어 주었다.
마틴은 전미프로골프협회가 PGA 경기시, 선수들이 홀 사이를 반드시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조항을 취소해 주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장애자 운동선수들이 부당한 우대를 받지 않고 경쟁의 기본골격이 유지되는 한, 몇몇 경쟁규정에서 장애자 선수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합리적 수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장애자 권리옹호자들이 이런 사례를 통해 영감을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활동목표는 어디까지나 보통의 장애자들로 하여금 주류사회로 진입토록 돕고 격려하는데 초점이 두어진다.
지난 5월24일에는 32세의 에릭 와이헨마이어가 맹인 사상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이번 역사적인 등정에서 와이헨메이어는 볼티모어에 있는 전미맹인협회로부터 25만달러의 후원금을 받았다. 이 협회의 공공교육국장 바바라 피어스는 이 협회가 와이헨마이어를 지원한 진정한 취지는 다른 장애자들에게 세계 최고봉에 도전하라고 격려한 것이 아니라, 그들도 하루 하루의 삶에서 자신들의 산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피어스는 또, 맹인이 된 사람들에게는 처음에 길거리 하나를 건너는 것도 거대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물론, 와이헨마이어는 극단적인 맹인운동 선수다.
그는 맹인으로서 암벽타기, 빙벽타기, 스카이다이빙, 스쿠버 다이빙 같은 위험한 운동을 모두 섭렵했다. 이번 에베레스트 등정에서도 다른 19명의 대원들과 함께 자신의 짐을 스스로 운반했다. 와이헨바이어는 앞장 선 동료들의 스키폴에 매달린 종소리를 들으며 방향을 가늠해 나갔다.
장애자들의 주류생활 진입 노력은 지난 15년 사이에 급속히 진행되었다.
특히, 1990년에 제정된 미국 장애자보호법은 이같은 추세에 큰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식당이나 사무실, 경기장 같은 공공장소에서 장애자들을 정상인들과 차별 대우하는 것은 위법이다. 장애자법은 장애자 운동선수들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애자 단체들은 이 법의 기본정신이 장애자 운동선수들의 권리에도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자 운동선수들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심리적 장벽 또한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지난 1989년, 미국 스키협회는 다이애나 골든을 ‘올해의 스키선수’로 지명한 바 있다. 12세 때 한쪽 다리를 잃은 골든은 정상인들의 스키경기에 정기적으로 참여한 최초의 장애자 스키선수가 되었다.
또 지난 1989년 7월, 29세의 하반신 마비자인 마크 웰만은 정상인들도 오르지 못할 만큼 위험한 요세미티의 엘 케피탄을 정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해발 3,200피트나 되는 수직 암벽을 두 팔만 사용하여 올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장애자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인들의 주류사회를 향한 장애인들의 줄기찬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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