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는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살을 뺀 과정과 결과를 두고 떠들썩하다.
이씨는 당초 운동만으로 90kg이 넘는 몸무게를 62kg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당연히 이씨를 모델로 한 살빼기 비디오가 출시됐으며 CF 요청이 쇄도, 목돈을 손에 쥐었고 돈뭉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 성형외과 의사가 몸전체에 걸쳐 지방흡입수술을 받았다고 폭로하는 바람에 이씨는 거짓말을 한 부도덕한 연예인이란 비판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잘 나가던 비디오테이프는 제자리 걸음이며 CF 요청이 뚝 끊긴 것은 물론 방송 출연까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뉴욕에서는 이를 두고 한 연예인의 행위에 너무 지나친 관심을 쏟는게 아니냐고 의아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한 한국 언론들이 그렇게까지 지면을 할애해가며 보도할 필요가 있느냐고 항의성 질문을 해오는 분들도 꽤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관심사가 연예인의 동정(動靜)과 자신들의 외모(外貌) 가꾸기란 사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리라 본다. 한국 TV에서 시청율이 정상권에 있는 프로가 연예인들이 출연, 신변잡담이나 남의 흉을 살짝 보는, 소위 변형된 집단 토크쇼라 할 수 있다. 들어보면 유익한 내용은 별로 없지만 부담없이 웃을 수 있다는 점때문인지 큰 인기를 끈다.
외모 가꾸기 역시 한국인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정상에 올라 있다. 외모 가꾸기에는 성형수술, 살빼기, 피부 태우기에 이어 특정 부위에 문신하기 등 다양하다. 흔히들 ‘견적이 많이 나올 얼굴’이라면 못생긴 외모를 뜻한다. 그만큼 성형수술할 범위가 크다는 의미로 조롱의 대상이다.
피부 태우기는 약간 거무스레한 살갗이 부티가 난다는 이유로 특히 청,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한다. 문신은 주로 영구눈썹에 한정되다 이제는 어깨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런 것들보다 한층 윗길에 있는 것이 바로 살빼기다.
한동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과거는 용서해도 못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농반진반으로 회자됐다. 최근에는 “못생긴 것은 결백하지만 살찐 것은 죄”라는 말로 업그레이드됐다. 살찐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기피대상이며 본인에게 수치로 작용하는지 이런 분위기에서 반증된다.
이영자씨의 체중감량은 ‘연예인 + 성공한 살빼기’가 상승작용, 시선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살빼기가 본인의 애초 주장처럼 피땀나는 운동 결과가 아닌 지방흡입술이란 보다 손쉬운 방법이 보태졌고 거짓말한 사실까지 드러나는 바람에 비난 위주 관심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문제는 해프닝을 통해 ‘살쪘다’는 상태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더욱 왜곡, 심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살쪘다는 것, 비만을 건강문제가 아닌 단순한 외모 평가 차원으로, 또한 뚱뚱한 체격이 보다 더 희화화(戱畵化)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점차 더해지면 특히 젊은이들의 살빼기는 보다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 샌타모니카재단의 랜드연구소는 최근 “비만은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또는 궁핍에 비해 더 심한 만성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비만한 사람들이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2배 가까운 만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일 담배를 피우고 과음을 하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한 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만성 질환을 개선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너무 성급하게 효과를 보려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지나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순식간에 건강을 버린 것은 물론 생명까지 잃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이 다 그렇듯 살빼기 역시 꾸준하면서도 극단으로 흐르지 않는 중용(中庸)의 자세가 필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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