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시들해진 비키니의 인기가 최근 급상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팽팽한 10대 시절을 다 보낸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그렇다.
미네아폴리스의 부틱 ‘토토’에는 엉덩이에 끈을 묶는 바둑판 무늬 비키니를 사려는 손님들의 대기자명단이 자꾸 길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30, 40대 여성도 많다. 맨해튼의 H&M에서도 117~51세 손님들이 표범무늬 비키니를 쉴새없이 집어 간다. 블루밍데일의 수영복 판매량중 비키니가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에 25%이던 것이 올해는 54%로 늘었다.
블루밍데일의 패션 디렉터 칼 러텐스틴은 “밤에 거리에 나가보면 아슬아슬하게 가린 상의에 아주 짧은 바지차림의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비키니 유행은 그 연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광대한 사회, 문화적 배경으로 40대 이상 여성들의 몸매 가꾸기 열기와 성형수술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도 꼽을 수 있다.
아마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은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제니퍼 로페스, 파멜라 앤더슨 같은 스타들에게서 보듯, 드러낸 알몸에 대한 대중적 경탄의 분위기일 것이다. 10대 스타들이 입는 배꼽이 드러나는 티셔츠부터 구치나 클로에의 고급 이브닝 가운에 이르기까지 요즘은 가능한한 옷을 입지 않아야 멋있다.
뉴욕주 포트 워싱턴의 시장조사회사 NPD 그룹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투피스 수영복 판매고는 지난 2년간 80%가 증가, 작년에 5억6610만달러가 된 반면 같은 기간동안 원피스 수영복 판매고는 23.7%가 줄어 7억6330만달러가 됐다. 투피스는 10대 및 젊은 여성들이 주고객층이지만 30이 넘은 여성들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앤 콜’, ‘스피도’와 ‘로렌’ 상표의 수영복을 제조하는 와나코사의 오센틱 피트니스 매출에서 투피스가 차지하는 비율도 3년전에는 25%였으나 현재는 45%가 됐다.
비키니는 1946년, 어머니의 속옷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프랑스의 엔지니어 루이 레아르가 발명한 것으로 핵실험장으로 쓰이던 태평양의 한 제도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당시 파리 패션 모델들로부터 너무 위험하다고 배척 당했던 비키니가 미국에 상륙한 것은 1960년대 할리웃의 비치 영화들 덕분이었으나 1980년대 들어 허리를 졸라매는 실루엣 덕분에 다시 50년대 스타일 원피스가 돌아오고 1990년대 들어서는 말쑥한 양성적 이미지가 판을 치면서 비키니는 원피스에 밀리고 말았다.
그러던 비키니가 새로 등장하게 된 데는 베이비부머들의 20년에 걸친 체력단련에 대한 집착이 큰 몫을 했다. 2자녀를 둔 주부로 1주일에 5일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조지아 피네이디(41)는 이제까지 입어온 가느다란 끈을 묶는 비키니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나이 들면서 운동을 더 심하게 한다는, 뉴저지주 우드클리프 레이크에 사는 40대의 로버타 호로위츠도 지난달 3벌의 비키니를 새로 샀다.
가슴을 작게 보이게 하기는커녕 더욱 강조하는 비키니의 인기 상승은 성형 수술, 그중에서도 특히 유방확대수술과 관련이 있다. 미국성형학회에 따르면 유방확대수술은 1997년부터 2000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 20만3310건이 시술됐다는데 다부진 근육질 몸매를 만드는 여성들이 여성임을 보여줄 최후의 표시로 유방을 키운다는 것. 많은 성형외과의에 따르면 유방확대수술을 받겠다는 사람중에는 자녀를 둔 35세 이상 기혼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다른 이유로 비키니를 입는 여성들도 있다. LA의 주부 수전 브로드스키(48)는 “이 나이에 원피스를 입어 할머니 같아 보이기도 싫고 살이 좀 쪘다고 비키니 입지 말라는 법도 없어” 입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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