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지나도 효과적인 교수법... 수학시간, 초등학교에서도 응용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레이첼 카슨 중학교 학생들은 에이미 켈리 교사의 수업시간만큼은 침묵을 지킬 수 없다. 아무 의견이 없이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켈리 교사가 수도 없이 던지는 “왜” “어떻게”로부터 도저히 그냥 빠져나올 수가 없다.
“정부의 목적은 무엇이지?”라는 질문에 K.C. 오말리(14)가 “한 나라나 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질서를 부여하고 유지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하게 하는 이 교수법은 현대판 소크라테스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죽은지 2000년이 더 지났지만 교사들은 오늘날까지도 그의 교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교사가 더 적게 말하고 듣기는 더 많이 하는, 이미 법과대학에서는 등록상표처럼 쓰이고 있는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생각을 말함으로써 심오한 개념을 이해하도록 교사가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난 몇십년간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까지 설득력을 더해온 이 방법은 전통적으로 말을 많이 할 필요없는 것으로 여겨져온 수학 같은 과목에서까지 이용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 사물의 원리에 관한 복잡한 질문에 대답하는 힘, 다시 말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힘을 길러주기를 원하고 또 그래야 표준화 학력고사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는데 전통적인 강의식만으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철학자도 교수도 딱 부러지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리 명확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개방형 질문을 던져 토론을 유도하는 과정이라는 일반 용어로 사용되어온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은 BC 400년경 소크라테스가 사용하던 방법과는 사실 많이 달라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보통 사람들을 데리고 심문하듯 질문을 던져서 종국적으로 그들이 정의나 미덕 같은 개념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그러나 그 과정은 솔직히 말해서 잔인한 경우가 많았다. 그의 가차없는 질문 때문에 사람들은 당황하고 원래 자기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시인해야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이 사실은 무지함을 알려주기 위해 그렇게 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의 사범대학 교수 존 로시는 “마치 싸우는 것 같았던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15세 학생들에게 던지면 겁을 먹죠”라고 말한다.
그런 분위기가 요즘 학교에 통할 리는 없다. 요즘 학교에서 정통 소크라테스 식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은 법대에서도 없다. 우선 학급의 규모부터 소크라테스가 했던 것 같은 1대1 토론을 불가능하게 하며 내내 그런 격렬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시간이 있는 교사도 없다.
매릴랜드주 하이야츠빌의 노스웨스턴 고교에서 가르치는 수전 보걸-허진스 교사는 보다 부드럽고 얌전한 방법의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을 사용한다. 그의 방법을 원용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 학생들은 너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심오한 사고도 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조리있게 표현하지도 못하는데 사실은 자기 의견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걸-허진스 교사의 AP 심리학 시간에는 의견이 아주 많다. 27개의 의자를 둥그렇게 놓아 서로 얼굴을 마주볼 수 있도록 토론 대형으로 옮겨놓은 다음에 시작하는 이 클래스에서는 우선 교재를 주의 깊게 읽은 다음 토론을 하는데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방해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것이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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