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테니스 영웅 쿠에르텐, 장애인동생 사랑 극진
얼마 전 브라질의 한 해변의 별장에서 파티가 열렸다.
푸른 파도가 은빛 모래에 부서지는 그림같은 전망의 이 별장에는 음악이 흐르고 식욕을 강하게 자극하는 바비큐냄새가 소금끼배인 바다공기와 섞이고 있었다. 분위기는 무르익어 춤판이 흐드러졌다.
그리고 구스타보 쿠에르텐이 나타났다.
배기바지, 샌들차림에 털터리 구식자동차를 타고 온 쿠에르텐은 그가 쌓은 명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브라질사람들이 "구가"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그는 록 수퍼스타나 우상같은 축구선수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수수한 성품과 차림새는 전혀 이같은 티를 내지 않고 있었다.
쿠에르텐은 여는 인기스타처럼 팔등신의 아름다운 모델을 대동하지도 않았다.
놀랍게도 그가 데리고 온 사람은 동생 기예르메 쿠에르텐이었다. 형이 성취한 수많은 대회우승 트로피의 자랑스런 보관자인 기예르메는 몸과 정신이 불구인 장애인이다. 구스타보 쿠에르텐이 복잡한 라이프스타일을 거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동생에 대한 사랑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동생을 가능한 모든 곳에 데리고 간다. 사람들이 장애인의 방문을 상상하지도 않는 파티에도 종종 데리고 간다. 나는 동생과 카드놀이등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에게는 그런 조그만 일들이 소중하다"
동생에 대한 배려에도 불 수 있듯이 섬세함은 쿠에르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브라질 해안의 교교한 달빛을 묘사할 때나 테니스볼을 로빙으로 띄울 때나 쿠에르텐은 아무리 세세한 부분도 빠뜨리지 않는다.
덥수룩한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칼의 외양은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주지만 그밑에는 꼼꼼함과 자제가 있다.
쿠에르텐은 프렌치 오픈의 상징인 롤랑가로의 붉은 클레이코트에서 항상 진가를 발휘해 왔다.
껑충하고 깡마른 6피트3인치의 체구를 갖고 있는 쿠에르텐은 끈질긴 인내와 맹수조련사의 채찍같이 날렵한 손목놀림으로 이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고 이번 주에 막이 오른 금년 대회에서는 남자 1번시드를 배정받았다.
"나는 다른 곳보다도 왠지 롤랑가로가 친숙하고 이 느낌은 시간이 갈수록 더하다. 내가 처음으로 프렌치오픈에서 우승한 후 롤랑가로는 내 신념의 사원이 됐다"
무명의 쿠에르텐이 세계테니스무대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은 프렌치오픈 우승 트로피를 파리 하늘에 높이 들어올렸던 지난 1997년.
지난 3년 동안 쿠에르텐은 자신이 한 번 빛을 발하고 사라지는 반짝스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작년 두 번째 프렌치오픈을 차지한 후 경이로운 승리가도를 달려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시즌 마지막 토너먼트에서 이틀간격으로 세계최강의 피트 샘프라스와 안드레 애거시를 연거푸 격파, 컴퓨터 득점랭킹 선두를 달리던 무서운 신예 마랏 사핀을 잡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이로써 쿠에르텐은 테니스역사상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최초의 남미출신 선수가 됐다.
쿠에르텐의 테니스 정상등극은 조국 브라질을 열광시켰다.
세계무대를 주름잡던 국가대표 축구팀의 부진으로 낙담하고 있던 브라질사람들에게 쿠에르텐의 정상정복은 국민적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쿠에르텐은 말한다.
"사람들은 무언가 즐거워 할 이유를 찾고 있었는데 내가 그 선물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남들 같으면 목숨을 걸고 추구했을, 국민적 영웅으로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거부했다. 자신을 위한 승리 퍼레이드를 정중히 사절한 쿠에르텐은 세계적인 테니스 마케팅 켐페인의 주연이 되는 것도 사양했다. 하지만 사람들에 대한 스타의 의무를 인식하고 있는 쿠에르텐은 거만하게 구는 일부 유명선수들과는 다르게 팬들의 사인요청와 사진촬영에 언제나 기꺼이 응한다.
"동생 기예르메가 주위의 모든 것과 단순한 삶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친구들과 함께 해변에 가서 태양을 즐기는 것, 밤에 보름달을 보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축복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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