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렌트 550달러, 차 개솔린 값 150달러, 차 보험료 130달러, 외식비 150달러, 전화·전기요금 100달러, 담뱃값 50달러.
타운 직장에 근무하는 독신 황모(30)씨의 한달 지출 명세서이다. 굵직한 지출만 묶었는데도 1,0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달 2,000달러 남짓한 급여를 감안하면 빠듯한 황씨의 생활이 짐작이 가고 남는다. 이런 황씨가 요즘 들어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유는 최근의 심상치 않은 소비자물가 때문. 올 1·4분기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연 4%정도, 지난해 3.4%에 비해 0.6%P나 상승,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물가가 뛰어오르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황씨처럼 혼자 벌어 혼자 쓰는 독신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 황씨는 "최근 아파트 렌트, 자동차 개솔린에서 담배, 우유까지 안 오른 품목이 없을 정도이다. 경기침체라는데 물가까지 올라 재정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가계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렌트만 해도 그렇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LA지역 아파트의 월 평균 렌트는 1,18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나 치솟았다. 황씨의 경우 아파트 렌트를 감당못해 지난해 830달러하던 1베드룸에서 올해 1,100달러인 2베드룸을 룸메이트하고 있지만 내년에 렌트가 또 오르면 더 줄여갈 생각이다.
개솔린값도 소비자가 우려하던 갤런당 2달러 벽이 이미 무너졌다. 일부에서는 3~3.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인타운 인근에 집과 직장이 있어 출퇴근 거리에 대한 부담은 비교적 적지만 개솔린을 많이 먹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갖고 있는 황씨는 개솔린 값이 폭등한 후 자주 가던 샌타모니카, 리돈도비치 외출도 삼가고 있다.
지독한 애연가인 황씨에게는 담뱃값도 큰 지출이다. 3~4년전 갑당 2.50~3달러선이던 담뱃값은 어느 새 4달러를 뛰어 넘었다. 지난해 겨울 도매가격이 15센트 오른데 이어 조만간 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담배회사들이 올해말까지 ‘꾸준히’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담배값이 오르면서 예전보다 담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자주 동료 신세를 지곤 하지만 눈치가 보인다"며 "주변에서 건강뿐 아니라 재정적 부담 때문에 담배를 끊는 경우도 보게 된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주일에 4~5회 사먹던 외식도 절반으로 줄여 한달에 300달러 정도 쓰던 외식비도 150달러로 낮췄다. 황씨는 "봉급보다 물가가 더 많이 뛰고 있어 생활은 점점 힘들어진다. 하지만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고 미 대기업들조차 줄줄이 감원하는 마당에 ‘자리 보전’하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봉급 인상을 요구할 처지도 안되고 결국 안 쓰는 것이 버는 것 아니겠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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