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황금 연휴기간 동안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정남 밀입국 기도 사건은 결국 체포된 후 사흘만에 중국으로 추방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됐다. 추방된 인물이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라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지만 그렇더라도 북한 최고 권력자의 맏아들이 무엇 때문에 도미니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몰래 들어오려 했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일 고위 정치인과의 면담설’‘첨단 산업 현장 시찰설’등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설’에 불과하다. 입국 이유를 묻는 출입국 관리의 질문에 김정남은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코미디 같이 들리지만 그가 아들로 보이는 4살짜리 어린 아이, 아내와 보모로 보이는 2명의 여성과 동반여행 중이었고 일본에 오기 전 시드니와 싱가포르에 들른 점을 감안하면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북한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김정남의 신상 정보도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 그의 실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82년 월남했다 수년전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사살된 그의 사촌 이한영이다. 이한영에 따르면 평양 15번지로 알려진 김정일의 관저에서 자란 김정남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져야 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충치가 생겨 이를 빼야 하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 김정일이 “뭘 해주면 이를 뽑겠느냐”고 묻자 “아바이처럼 큰 차를 하나 사 듀랴요”고 졸라 결국 푸른 색 캐딜락을 선물 받았다는 것이다.
김정남이 8살 때 이런 일도 있었다. 한국 코미디언 팬이 되어 그 사람을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아버지를 졸랐다. 할 수 없이 그 코미디언과 비슷한 인물을 훈련시켜 만나게 해줬더니 “이건 가짜야” 하면서 문을 박차고 나갔다는 것이다. 김정남 집에 있는 책과 비디오의 75%는 한국에서 만든 것이며 그가 어렸을 때 캐나다의 여류작가 루시 몽고메리의 ‘초록색 박공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을 좋아할 정도로 서방문물에 친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김정일의 공식 후계자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1997년 인민군 비밀 경찰대에서 군 기강을 잡고 망명자를 색출하는 고위직을 맡으면서부터다. 2년 전 그는 수출용 소프트웨어 개발 팀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어찌 됐든 앞으로 김정남의 이름은 세간에 자주 오르내리게 생겼다. 김정일이 이미 그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우상화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5일 김정일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김정남의 ‘탁월한 지도자적 능력’을 찬양하는 북한관리들의 선전을 들어야 했다. 김정일이 60세를 맞는 내년 생일에는 그를 공식 후계자로 지명할 것이란 소문이다. 과연 3대에 걸친 공산 왕조가 성공할 것인지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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