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와 뉴저지에서 10년 가까이 살다가 직장 때문에 한국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시골’로 이사갔다. 2시간을 운전해야 구멍가게 만한 한국식품점에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남겨놓고 오는데 다른 아이들이 다 백인이고 우리아이 혼자 소수인종인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따돌림을 당하진 않을까. 그래서 다시 뉴저지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순두부집, 통만두집, 설렁탕 집이 즐비한 거리를 보고 속으로 만세를 불렀고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한인학생이 많은 것이 보기에 좋았다.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사는 조지 워싱턴 다리에서 가까운 동네로 이사했는데 아는 분이 “아 그 동네 예전에는 좋은 학군이었는데 요새 한인들이 몰려와서 나빠졌어요. 우리동네 학교에는 우리 애만 빼고 거의 다 백인이에요”라고 하는 것이다. 학교에 한인학생이 많아지면 나쁜 학교가 되고 백인 학생이 많을수록 좋은 학교인가?
“한인아이들이 많으면 왜 나빠요?” 라고 물었더니 “한인 애들 끼리만 몰려다니면서 놀잖아요”한다.
물론 백인들이 대다수인 미국사회에서 활동하게 될 우리 아이들이 백인아이들과 많은 접촉을 하며 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만 결국 우리 아이들은 백인이 아니고 따라서 그들과는 다른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가져야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믿음이다.
미국에서 자라는 소수민족의 아이들이 가지게 되는 자기 정체성을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가 다수 인종과의 동일시, 즉 자기를 백인과 동일시하고 그들의 가치관만을 받아들이는 경우이다. 둘째의 경우는 소수인종으로서의 정체성만을 갖는 경우, 즉 주류사회의 가치관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가 속한 문화와 가치관만을 받아들이는 경우이고 셋째가 어정쩡하게 이쪽도 저쪽도 아닌 확실한 정체성이 없는 경우 넷째가 두 가지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조화를 시도하는 경우인데 내가 보기에 유태인의 경우(머리 따고 검은 옷 입고 다니는 정통 유태교인들 말고)가 그 예가 아닌가 본다.
나는 네 번째의 경우가 바람직하다고 보며 우리 아이가 자기와 비슷한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 2세들 친구가 많은 것이 그런 아이덴티티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한인 아이들끼리 ‘몰려’ 다니는 것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같은 차원에서 한인들 끼리 몰려 사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백인들끼리 몰려 사는데 가서 끼워 달라고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인가? 물론 여러 민족이 조화를 이루면서 같이 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한인들끼리 몰려 사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을 듯 싶다. 한인 사회가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더 발달하여 다른 민족들이 우리 사는 동네에 와서 끼워 달라고 하고 한인학생들이 많은 학교가 좋은 학교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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