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메리 맥그로리 (워싱턴포스트 칼럼)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부시 대통령이 왜 그리 푸대접했는지는 수수께끼지만 그 정치적 파장은 즉각 나타났다. 북한이 남측과의 평화회담을 취소하고 나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백악관을 벗어나서는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처럼 자신의 애국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 박해와 희생을 감수한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해 평양방문은 노벨 평화상을 받게 해주었지만 조지 W. 부시의 존경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은 두 개의 분단된 한국을 통일시키기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다소 위험은 있지만 고무적인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유보했을 뿐 아니라 그를 접대하는 과정에 불편하고 따분한 심기를 노출하는 등 상궤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각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도 딴지를 걸어 넘어뜨렸다. 파월은 전날 핵무기 제조를 포기하도록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을 설득해온 클린턴 행정부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부시는 북한의 상황에 대한 재검토가 끝날 때까지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회 관측통들은 부시의 이같은 돌출 행동이 자신이 채 준비가 안된 역할을 맡도록 옆구리를 찌른 파월에 대해 화가 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또다른 관측통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ABM 조약을 옹호하는 공동선언을 내놓은 데 대해 부시가 화가 나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펴고 있다. 부시는 자신이 주장하는 미사일 방위시스템 구축을 위해 ABM 조약의 폐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군비 축소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기아문제 해결보다 핵무기 제조를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북한을 달랠 수 있는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부시가 외면해 버리고 말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군축협회의 스퍼전 키니는 부시가 "돈이 많이 들고 도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측은 부시의 이같은 외교적 해프닝에 대해 놀라고 당황한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요즘 민주당은 가뜩이나 겁먹고 있는 실정이다. 상원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조셉 바이든 의원만이 항의를 제기했다. 바이든 의원은 "부시가 대화와 타협 대신 ‘북한은 무조건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못박은 데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의원은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를 취소한 것이 위험스러운 일이며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클린턴의 첫 안보담당보좌관이었던 토니 레익은 부시가 김대중 대통령을 박대한 것은 부시 진영이 그동안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정책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그러나 결국에 가서는 클린턴의 대화 정책을 계승하자는 파월의 합리적 제안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린턴의 마지막 안보담당보좌관이었던 샌디 버거는 이번 소동이 "새 행정부가 겪어야 하는 지속성에 대한 본능" 때문에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이 맞다면 클린턴이 취해온 대북한 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버거도 호전적인 북한에 대한 부시의 의심은 당연하긴 하지만 결국 파월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무튼 부시는 첫 주요 외교접촉에서 낙제점수를 받았다. 그가 성깔 있고 좀스럽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햇볕정책에 대해 무언가 찬사를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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