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점의 귀여운 아가씨는 생긋 웃으며 당연하게 새 횟수 분의 ‘아줌마’테이프를 내게 건네준다.
여유가 있을 때면 가벼운 감상에 빠져 글을 써보거나, 독서, 바느질 등이 안팎으로 바쁜 이민가정 주부인 내겐 짧지만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곤 하였다. 거기에 요사이 새로운 재미거리가 더했다면 바로 이 비디오 시청이다
‘아줌마’는 이 시대의 지성과 교양을 겸비해야 할 한 대학교수의 편법, 비양심적인 행동과 그런 남편의 가식이나 실체를 모르고 무조건적 존경과 순종만으로도 행복해 하던 알뜰한 한 아내가 남편의 비도덕적인 면을 발견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TV를 켜면 흔히 비현실적, 비윤리적, 건전하지 못한 가족관계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선정적이요 극단적인 맞춤법에 맞지 않는 노랫말들에 현기증이 났었다. 또한 지나치리만큼 착하고 예쁘기만 한 주인공, 잦은 우연들, 지루하게 술과 담배로 번뇌하는 장면들이 설득력이 없어 보였고 지나치게 인기와 돈에 결부되어 저급화되어 지는 작품이 많았다.
그런 것들에 비해 ‘아줌마’는 실제 가능한 이야기들이고 사회 부조리에 정면 돌파, 고발의 성격을 띠면서도 등장 인물들의 자연스런 연기, 깔끔하면서도 위트 있는 대사들과 지루하지 않은 진행이 상큼했다. 더불어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 권선징악(勸善懲惡) 등 어쩌면 구시대적이고 따분한 교과서적인 가르침을 현실에 맞는 소재로 전개해 나가는 것 또한 인기상승의 이유가 아닐까.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과연 시청자들의 의견이 다른 어느 드라마보다 폭주하고 있었다. 극중 장진구(강석우분)의 비열함과 나약한 행동은 당연히 탄핵과 질책을 받아 마땅하고 그것에 대항하는 전 아내 오삼숙(원미경분)의 정당하고 통쾌한 응징들이 보는 이들을 신나게 한다.
약간의 노파심이 있다면 집안에서 존경받고 든든한 바람막이일 가장 아니 남성상들이 너무 왜소해지고 나약해지는 것 같아 건전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이 시대 많은 아버지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묻혀져 버리고 마는 주부들의 자기 발견과 능력들을 이혼이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한 여자의 용기 있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주인공 오삼숙과 장진구의 장래에 대한 열띤 논쟁도 하나의 화젯거리이다. 나는 극중 장진구가 아내의 소중함을 새로이 느끼며 뉘우쳐 재결합을 통해 올바른 삶의 가치관을 찾아나가는 것으로 극의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쪽이다. 아무래도 대중을 상대로 한 매스 미디어이니 만큼 사회적 분위기와 책임을 등한시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해피엔딩으로 그렇지 않아도 범람하는 이혼에 조금이나마 제동을 걸어 어떤 모양으로라도 갈등을 겪고 있는 일부 부부들에게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