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남가주후원회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점입가경이다. 처음에는 후원회의 정통성 문제가 제기돼 시끄럽다가 단체장회의를 통해 ‘대화를 통한 확대개편’쪽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듯 싶더니 이번엔 한인회장이 후원회와는 사전협의도 없이 9인 공동위원장을 임명하는 바람에 또다시 갈등국면에 접어들었다. 도데체 월드컵 후원회가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운가.
우선 월드컵 후원회는 이익집단도 아니도 사회 봉사단체도 아니다. 단순히 한국서 개최되는 월드컵행사를 후원하기 위해 구성된 ‘시한부’사업단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예산을 관리하기 때문에 후원회가 돈을 거둘 필요도 없고 설사 거둬 보내더라도 받아주지 않는다. 후원회가입에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국가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후원회는 특별한 단체도 아니고 후원회장 자리도 결코 명예가 따라다니는 감투가 아니다.
본래 후원회는 LA한인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단체가 아니었다. 99년5월 박세직 전 조직위원장이 LA에 왔을때 총영사관과의 교감을 고쳐 당시 한인회장과 체육회장을 중심으로 결성됐지만 박 위원장이 지난해 퇴임한 뒤에는 조직위나 정부로부터 찬밥신세이다. 그러다보니 후원회의 태생과 엄 위원장의 후원회영입에 관여했던 총영사관도 슬그머니 발을 뺄 움직임이다. 조직위원장과 총영사가 모두 바뀌었고 한인사회의 자생적 사업이 아니다보니 시시비비를 가려줄 사람이 없다. 아마도 후원회는 태생부터 문제의 소지를 안고있었는지 모른다.
지금 한인사회는 후원회문제를 놓고 다툴 때가 아니다. 다툴 이유도 없다. 왜 태생에 관여했던 조직위원회와 총영사관이 팔짱을 끼고 있는데 한인사회가 오락가락해야 하는가. 상당수의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지난해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송사를 벌였던 하 회장과 엄 위원장간의 불신의식이 또다시 표면화된 것으로 보고 단체인사들간 반목이 되풀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갈등의 본질은 후원회의 정통성이나 확대개편의 방법론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22일 단체장회의에서 단체장들은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인사들이 골고루 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한 확대개편’을 결의했다. 하기환 회장과 스칼렛 엄 위원장이 더 이상의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엉킨 실패를 풀라는 주문이다. 한인회는 정치나 통치를 하는 곳이 아니고 사회정의구현을 위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사법기관도 아니다. 한인회는 밀어붙이기 식이 아닌 포용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고 후원회측도 과거의 감정에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대범한 마음가짐을 갖고 한인사회 각계 인사들이 고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지금 한인사회는 두 개의 후원회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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