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부사무실, 대형 고급에서 검소한 형태로 변화
기업이라는 조직체의 문화에서는 사무실이 차지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주변환경이 좋고 넓은 사무실, 또 사무실내 집기들의 품질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신분과 영향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같은 사무실 개념이 파괴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LA 소재 아더 앤더슨사의 매니징 파트너 딕 폴라디언은 최근, 분노한 중간급 매니저들로부터 수 많은 이메일과 항의전화를 받았다. 매니저들이 사용해 오던 창문달린 넓은 사무실들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폴라디언은 그 자신 매니저들에게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해, 회의실과 고급가구들이 딸린 넓은 사무실을 포기하고 좁은 사무실로 옮겼다. 이에 그의 자식들마저 아버지의 품위에 손상이 생겼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처럼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폴라디언은 2년 전부터 구상해 온 사무실 재배치 작업을 강행했다.
그 요체는 직원들의 등급별로 천차만별인 사무실 사이즈 및 창문의 유무, 가구의 차별을 없애고 사무실을 평준화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회사내 200여 매니저들은 창문이 없는 좁은 네모칸 사무실로 옮겨졌고, 게중에는 두 명이 한 사무실에 배정되기도 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매니저들이 불만을 터트린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기업들의 경비절감운동 과정에서 중하위급 관리직 직원들을 기존의 넓은 사무실에서 좁은 네모칸 사무실로 이동시키는 것은 하나의 추세가 되어 왔다.
많은 고위직 경영자들은 신분과 명예의 상징으로서 여전히 고급스런 사무실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패턴이 바뀌고 있다.
사무실 평등문화, 또는 사무실 민주주의가 갈수록 보편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를 초래한 가장 커다란 배경은 역시 회사의 경비절감 문제다. 미국 전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기 시작하면서, 과거처럼 넓은 사무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맨해턴에 본부를 둔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의 공동 최고경영자 찰스 리와 이반 자이덴버그도 최근, 다른 하위급 중역들과 같은 사이즈의 사무실로 옮겼다.
회사대변인 피터 토니스는 이렇게 발표했다.
"가능한한 사무실 공간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사무실 평준화는 또한 사무실 재단장 비용을 줄이는데도 크게 기여한다.
이와 관련, 아더 앤더슨의 폴라디언은 말한다.
"이제 직원들의 전입이나 승진, 사직 때마다 사무실을 재배치 또는 단장하는 일에 신물이난다"
놀랍게도 사무실 평준화를 단행하기 전까지, 사무실 리모델딩 비용이 폴라디언이 결재하는 경비목록 중 2위를 차지했었다.
사무실 평준화를 부추키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갈수록 심화되는 사무실의 전산화 추세다.
회사내 사무실마다 각종 첨단기기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상호연결하는 케이블 또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것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할 때, 기존의 사무실 벽들이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첨단 벤처기업에서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보수적인 기업들에서는 아직도 직장내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소재 미드 웨스턴 보험사 회장 짐 쉐이퍼는 말한다.
"전통기업들은 사무실 사이즈가 곧 해당 직급의 파워을 대변한다"
미드웨스턴 사에서는 최근 사무실과 관련, 웃지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한 여성이 이 회사의 중간급 관리직원으로 채용되어 일을 시작한지 불과 며칠 후의 일이었다. 회사의 인사부 직원들이 들어닥치더니, 사무실 창문들을 테이프로 모두 막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창문밀폐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인사부 직원들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회사 규칙상 중간급 매니저들의 사무실에는 창문이 있어서는 안된다"
원래 그 사무실은 훨씬 더 높은 고위급 중역이 사용했던 것인데, 마침 적은 사무실이 없어서 그 여자 매니저의 몫으로 떨어진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일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일소에 부칠수도 있다. 그러나, 이 코메디 같은 에피소드는 미국의 기업문화에서 아직도 사무실이 신분과 힘의 상징으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 직장인 관련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비스쿠시는 이렇게 진단한다.
"미국인들은 사무실을 취업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간주한다"
게중에는 취업하기 전에 사무실을 사전답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차량이나 클럽회원권, 주차장 같은 부대조건은 포기할 수 있어도, 좋은 개인사무실은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비스쿠시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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