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의 경제칼럼
▶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지금은 대통령이 된 정치인 김대중씨가 그의 수없이 많은 기록된 말바꾸기를 두고 "약속을 안지킨 것이지 거짓말을 한게 아니다"라고 한 것이 한동안 식자층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또 벤처산업의 한미간 동포사이의 교류와 접점을 찾는 시도에서 재미한인 벤처사업가들이 한국내 벤처사업가들에게 협력하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이유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내세웠다는 얘기도 정치에서의 신의없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늘 신의의 얘기를 하는 이유는 경제의 활성화에 있어 신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경제가 어려운 것도 그 근본을 보면 맨꼭대기 권력에서 신용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미국 FRB가 경제정책의 핵심에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하는 이유는 그들의 정책의사 결정에서 신용이 확실히 받쳐주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에 모든 뉴스매체가 귀를 기울이는 것도 약속을 꼭지키는 그의 기록된 행태를 세상이 믿기 때문이다.
거짓말이란 묘해서 처음 한 두번은 너무도 유혹적이고 쉬워서 안하기가 어려운데 그 다음부터는 거짓말의 약효가 점점 떨어지다가 저 사람은 거짓말을 잘 한다는 레이블이 붙은 다음에는 아무리 선행을 하더라도 신용이 있는 사람이 되기 힘들 정도로 관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애교있는 거짓말은 인생의 재미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타계한 조지 번즈가 생전에 거의 매일 나가던 힐 크레스트 컨추리클럽에서 친구들과 브리지게임을 할 때 가장 신경쓰였던 부분이 끝나고 집에 갔을 때 사랑하는 아내 그레이시가 오늘 이겼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얘기할 수 없는 날의 승부얘기였다고 한다. 그는 돈 몇푼을 따려고 이기려 했던 것이 아니고 아내에게 이겼다는 얘기를 하려고 죽을 애를 써서 이기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일 이길 수도 없고 아내를 실망시키기도 섭섭하던 차에 어느날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기가 막힌 수를 생각해낸 것이다. 기를 쓰고 이기려 하지 말고 나중에 아내에게 이겼다고 말만 하면 되는 것을 그동안 너무 고생스럽게 브리지게임에 매달린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친구들과의 게임이 스트레스없이 재미있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잘 아시겠지만 이건 유명한 코미디언의 미국식 농담이었다. 한번 거짓말이야 통하겠지만 아내가 남편의 얘기가 거짓말일지 모른다고 생각되는 날에는 남편의 정치적 생명은 끝나버린다. 이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신의를 잃는다는 것은 후일을 생각하면 무척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자기 아내가 믿지 않는 사람을 어느 타인이 믿어주겠는가.
앞으로의 한인경제의 성공과 실패는 커뮤니티 전체로 볼 때나 각 개인 비즈니스로 볼 때나 신용과 신의가 그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서 필자는 한인사회에서의 ‘신용지수’ 창설을 다음 회에 제안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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