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전거타기를 배운 것은 열다섯살때였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하늘에는 안창남(최초의 한국인 조종사)이 있고 땅에는 엄복동(한국서 자전거를 가장 빨리 타는 사람)이 있다"라고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자전거타기가 꽤 인기가 있었으나 불행하게도 나같은 소년에게는 자전거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그들이 부러웠고 나도 자전거를 가졌으면 하고 생각했다. 때로는 자전거 타는 꿈을 꾸기도 했다.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적이 전혀 없는데도 꿈속에서는 자전거를 너무나 쉽게 탈 수 있어서 의아해하곤 했다.

잠자리가 뜰안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어느 여름 오후, 우리 집에 누가 찾아왔다. 주일학교 친구였던 자그마한 인기였는데 나보다 한 살 어렸다.

인기는 내가 얼마나 자전거타기를 배우고싶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 친구에게서 큰 자전거를 빌려서 우리 집에 끌고 왔다. 그리고 자전거타는 법을 가르쳐주겠노라고 말했다. 물론 너무나 기뻤다.

인기는 안장에 앉아서 페달 밟는 법을 내게 말해주었다. 그가 가르쳐주는대로 따라했다. 그러나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땅바닥에 넘어져 내 다리가 긁히고 말았다. 그래도 친구는 다시 시도해보라고 나를 계속 격려했다.

인기와 나는 여러 차례 자전거 함께 길옆 도랑으로 넘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기는 참을성있는 소년이었다.

그는 즉각 일어나 자전거 밑에 깔린 나를 끄집어냈다. 긁힌 내 다리에서 피가 흘렀으나 인기는 뒤에서 나를 밀며 연습을 계속하라고 가차없이 촉구했다.

마침내 넘어지지 않고 100야드정도를 갈 수 있었다. 인기는 그때까지 내 뒤에서 달려오며 자전거가 넘어지기 전에 붙잡곤 했다.

200 내지 300야드를 간 후 U턴을 해서 출발지점까지 오는데 30분 정도가 걸렸다.

그 순간 얼마나 행복했는지 도저이 잊을 수가 없다. 마치 꿈을 꾸는 것같았다. 인기는 내가 얼마나 잘 타는지 쳐다보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하며 자전거 타는 내 모습에 더 행복해하는 듯 보였다.

인기와의 연습이 끝난 후 친구가 너무나 고마워서 우리 집 과수원에서 살구를 따다가 그의 네 호주머니에 몽땅 채워주었다.

항상 남을 도울 준비가 돼있는 소년이라서 그는 내가 자전거 타는 법을 완전히 배울 때까지 자전거를 몇차례 더 빌려서 우리집에 와주었다.

마침내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는 자전거를 빌려와서 종종 타곤 했다.

이제는 집에 자전거가 있음에도 수십년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아직도 나는 그 굉장했던 기분, 혼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순수한 기쁨을 잊지 못한다.

인기를 못본지가 반세기 이상 지났지만 그를 잊을 수가 없다. 그가 지녔던 열성이 어떠했던가. 항상 다른 사람을 기꺼이 도우려했다.

인기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수없이 쓸모가 있을텐데 그가 어디에 있든지 행복하길 바라며 엄청난 열성과 온정이 그의 생을 충만하게 만들길 빈다.

필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다른 학교에서는 독일어를 가르친바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했으며 1998년 5월 작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