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재검표 파문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미국. 밤새 안녕이라더니, 이 말이 이렇게 실감날 줄은 몰랐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대통령 당선자 발표가 취소되고 상대방이 축하 메시지를 거둬들이는 참으로 보기 드문 일들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미국 땅에서 벌어진 것이다. 지난 7일 투표 후 그후 3주 동안 재검표를 하느니 마느니, 주 총무처장관의 판단이 옳으니, 그르니 또 순회 법원과 주 대법원의 잇따른 판결과 명령….
정말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지 어수선하다 못해 혼란스럽다.
사실 지난 3주 동안 미대선 기사의 제목에 우리는 꽤나 신경을 써왔다. 방송 같으면 그때 그때의 상황을 신속하게 알려주고 상황이 돌변했으면 다음 뉴스시간이나 긴급 뉴스를 통해 시청자나 청취자에 알려주면 된다.
하지만 우리 신문은 마감시간이라는 것이 있고 전날 만든 신문은 다음날 독자들에게 배부된다. 그러니 이번처럼 하루에도 두 번씩 변경되는 판결이 있을 때 신문제작자들은 참으로 어려움을 겪게되는 것이다.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두 후보와 그 측근들을 생각하면 빨리 결판이 나길 바라는 우리의 바람이 경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투표한지 3주가 넘는데도 승자를 가리지 못한다면 “미국도 역시 별수 없구나”하는 세계의 경멸스런 눈총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선’이란 목표를 위해 전쟁을 치른 두 후보가 승자를 못 가리자 이제 유권자와 시민들이 “누가 되든 별 상관없다”는 표정들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60%가 넘는 응답자들이 “더 이상 끌어서는 안되며 이젠 종결지어져야 한다”는 반응들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선의 후유증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주식시장의 폭락이다. 고어가 당선되면 환경관련 주가가 오를 것이고 부시가 당선되면 제약관련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들은 지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라서인지 대체적으로 주가가 크게 빠지고 있다.
주가는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한다. 지금 현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개발도상국이나 제3국들의 선거에서 말썽이 날 때마다 우리는 뭐라 했는가? “미국을 보라”했다. 지금도 이 말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이미 TV쇼 등에선 이번 미국선거를 빗대 조롱하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론 양측이 이제까지의 결과에 승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다음 정부가 힘이 있고 정통성 있는 정권이 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양 후보측이 상처 난 것도 많고 수차례 명암이 엇갈리는 초조 속에 지내왔겠지만, 금년 미대통령 선거는 적어도 한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데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선거를 보고 다음번 2004년 투표에 참가하겠다는 유권자가 한 여론조사에서 66%가 넘었다는 것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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