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나가던 많은 닷컴회사들이 지난 반년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그 이면에서 대부분 작고 민첩한 인터넷 회사들은 계속 번창하고 있다.

주식 공개도 안했고 수퍼보울 광고도 안하며 수백만달러를 들여 제품 발매 기념 파티를 하지도 않고 운동경기장에 선전 간판 하나 세우지 못한 이들 작은 회사들은 그 작은 규모 덕분에 천천히 착실하게, 어려운 시절을 잘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달, 시카고의 컨설팅회사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 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이래 레이오프된 닷컴 근로자는 1만6000명이 넘는다지만 연방노동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관련 업종 종사자 숫자는 같은 기간동안 거의 1만1000명이 늘어났다.

지난 6개월동안 망한 닷컴 회사들은 수십개지만 올해들어 생겨난 인터넷 회사는 거의 3000개나 되니 새발의 피일 따름이다. UC 버클리의 정보과학대학원 원장 핼 배리언은 최근의 일들은 재앙의 징조가 아니라 실험기 현상이라면서 1세기전 자동차 업계가 형성되던 때와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다. 닷컴 회사 10개중 8개가 망하더라도 그것은 전통적인 사업체의 실패율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닷컴 업계의 지속적 성장세를 보여주는 징후는 많다. 벤처 자본은 작년보다 2배나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으며 인터넷 광고 소비도 올라갔고 소득도 업계 전반에 걸쳐 올라갔다. 온라인 근로자들의 생산성도 향상일로다.

한 닷컴회사 사장은 인턴십을 하면서도 스탁 옵션을 요구하고 채용제의라도 하면 천문학적인 월급을 요구할 정도로 피고용자들은 여전히 오만하다고 불평하며 LA 지역 닷컴회사 야구 리그에는 새 팀들이 득실득실하다.

무료 홈페이지를 제공하는 포털인 Theglobe.com 같은 회사의 주가는 기록적인 IPO 이후 606%나 올랐으며 Drkoop.com는 작년에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15억달러가 넘는 투자가 몰려들었음은 작년의 닷컴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돈이 얼마가 들건 최대한 크게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태도는 어느 비즈니스에나 자살처방이겠지만 작년에 인터넷 회사에는 벤처자본이 몰려들어 2318개 인터넷 회사에 투자된 돈은 거의 400억달러로 회사당 평균 1700만달러나 됐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인터넷 회사들은 벤처자본이나 주식공개 같은 것은 구경도 한번 못해봤다. 전국의 1만개쯤 되는 닷컴 회사중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회사는 500개도 안된다. 또 벤처 자본을 끌어들인 회사도 4분의 1에 불과해 대부분은 개인 투자가나 자기 돈, 크레딧 카드로 자본을 마련하고 있다. LA의 뉴스팩터 네트웍을 비롯한 많은 회사들은 무조건 쓰고 보자는 식의 벤처 자본은 주겠다고 해도 거절한다.

사실 여러모로 이들 닷컴 회사들은 남가주의 거대한 기업들을 쓰러뜨린 국방예산 삭감이나 불경기, 폭동 같은 일을 다 견디고 LA 시내 거리에 늘어서 있는 자그마한 구멍가게들과 닮았다. 아직도 닷컴 회사중 돈을 버는 회사는 아주 드물지만 이들은 월스트릿에서 아무리 불길한 예측이 나와도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있다. 올여름에 나온 텍사스대학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인터넷 관련 회사 총매출은 작년에 62% 증가한 5240억달러였는데 연구자들은 올해는 8500억을 넘어 자동차 및 트럭업계(7280억달러)와 생명보험업계(7240억달러)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