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미국 대통령 선출의 해이다. 이번에 입후보한 두 후보의 인기도는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개별적인 유세를 하면서 세 번의 텔레비전 토론회를 거쳐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알려왔다. 이들은 특히 TV 토론회를 중요시하여 제각기 예상 문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연습한 것으로 안다.
TV 토론회는 90분씩 진행되었고 토론 중 두 후보는 도저히 자기 자신을 카무플라주 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정치가로서의 철학, 미래에 대한 방향, 각론의 정책 등에 대해 정열적으로 세세히 설명하였다. 또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인품·말버릇·몸짓·숨기고 싶은 단점까지의 모든 것을 TV 화면에서 보여주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토론을 통하여 이들의 내면의 변화까지를 알게되는 것이다.
어느 주제의 토론이든 쉬운 것이 아니다. 당사자들끼리 마주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마음가짐·사물의 판단과 정리·의사 표시의 방법 등은 오랜 기간의 훈련을 요하는 고등 기술이다. 그런데 이러한 토론에 크게 영향을 주는 외적 요소가 있다. 이것이 바로 토론장의 구성이다. 장소를 꾸미는데 따라서 토론장의 성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한 두 사람을 위해 이번에 벌인 토론회는 세 가지로 장소 구성을 하였다. 첫번째는 스테이지 위에 거리를 두고 각자의 연탁 뒤에서 입후보자들이 비스듬히 마주 보고 섰고, 사회자는 스테이지 아래 중앙에서 그들을 마주보고 앉았다. 두번째는 스테이지 중앙에 마련된 원탁에 후보자들이 청중을 보고 앉았고, 사회자가 그들과 마주 앉아 청중에게는 등을 보이는 장소 구성이었다. 세번째는 스테이지 양쪽에 후보자들을 위한 의자만 마련되었고 이들은 사회자를 의식하지 않고 청중의 질문에 따라 각자가 일어서서 자유로운 제스처로 대응하는 타운 미팅 형식이었다.
여기서 재미있게 본 것은 장소 구성에 따라서 입후보자들의 표현 성과가 달라지는 점이었다. 멀리 마주 보고 섰을 때 기운이 나는 사람과 기가 꺾이는 사람, 옆에 나란히 앉았을 때 마음놓고 자기 자신을 쏟아내는 사람, 타운미팅 형식일 때 마치 친구들을 대하듯 청중 앞에서 자연스러운 사람 등 장소 구성이 토론에 주는 영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장소 구성은 하드웨어이고, 이들의 발표 내용은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장소 구성의 포멧이 그릇이라면, 이들의 이야기 내용은 그 그릇에 담긴 물체들이다. 이 경우 좋은 물건을 담으려면 이에 상응하는 그릇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적절한 그릇을 마련하고 그 안에 담길 물건들의 품질을 최고로 높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토론 장소의 포멧에 좀 더 마음을 써야 한다.
토론하는 기술은 어렸을 때부터 연마되어야 한다. 토론하는 방법을 연마하려면 가정과 학교가 좋은 훈련장소이다. 우리들 주변에는 토의할 사항들이 많다. 요즘같으면 ‘월드시리즈에서 부러진 방망이 조각을 던진 선수에 대한 5만불 벌금 부과 결정’ 같은 것도 재미있는 토론 주제가 된다. 이렇게 훈련이 된다면 어떤 장소에서도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발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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