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전 DJ는 손발이 묶이고 눈가리개가 씌워진 채 한밤의 바다를 달리는 배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한국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했다는 죄로 발에 무거운 추가 달린 채 한국 정보부원들에 의해 바다로 던져지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민주주의와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게 됐다. 오슬로의 노벨위원회는 그가 “생명에 대한 끊임없는 위협과 오랜 망명생활”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왔고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에 냉전을 종식시키는데 기여했음을 수상이유로 들었다.
이번 평화상 수상은 국내에서 비판받고 있는 그의 대북정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숙제는 이것을 어떻게 남은 2년간의 임기 동안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 내에서는 아직도 거대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이 같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분개의 목소리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상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나 한국 국내 정치를 가라앉히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시상에 대해 “DJ는 노벨상을 집권 연장 수단으로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란 인색한 반응을 보였다.
DJ는 정치활동 역정 내내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97년 선거에서도 3자 대결 끝에 불과 40%의 표로 당선됐다. 그는 얼마전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말했다. 공산주의와의 대결도 민주주의와 인권이 있고 나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권위주의적이란 비판도 받지만 그의 정적도 그가 용기 있는 지도자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투옥과 고문, 추방 등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 전두환 전대통령을 사면하고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사업을 지원하는 등 정적을 용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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