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때 여행을 좋아해 이곳 저곳을 두루 돌아다니는 ‘위고’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송성’이라는 고을의 어느 허름한 객점(지금의 여관)에 묵게됐다. 그날 밤 그는 휘영청 밝은 달빛아래 자루에 기대어 앉은 채 큼직한 책을 뒤척이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났다.
‘위고’가 그 모습이 궁금해 물었다.
“할아버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동안에다 눈에는 야릇한 광채가 흘러, 언뜻 보아도 보통사람은 아닌 듯한 그 노인은 귀찮다는 듯 얼굴을 들며. “음, 나 말인가? 이 세상사람들의 혼보(남녀간의 혼인을 기록한 책)를 보고 있지.”
“그럼 그 자루 속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요?” “아! 이 붉은 실? 이건 부부를 맺어주는 끈이지.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 내가 두 사람의 이름을 묶기만 하면 두 남녀는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에는 부부의 인연이 되어 결혼하고 말지.”
“아니 그럼?” “하하, 나 말인가? 나는 저승사람이야 이 세상사람들의 혼인을 돌봐주고 있지.”
‘위고’는 호기심이 발동, 자기의 장래 배필을 물었고, 할아버지는 내일 자신을 따라와 보라는 것이 아닌가.
‘위고’는 다음 날 이른 아침 그를 따라 나섰다.
웬 장님 노파가 세 살 짜리 여아를 안고 더듬거리며 지나가는 시장 골목에 이르자, 노인은 불쑥 “장님이 안고 있는 저 여아가 장래 자네의 부인이 될걸 세”라고 말했다.
“내가 저 갓난 여아의 남편이라니. 혹시 이 놈의 영감이 장난을 하는 것은 아닐까.” ‘위고’는 노인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 ‘위고’는 지나가던 머슴을 시켜 여아를 죽이게 했고, 머슴은 그가 보는 앞에서 여아를 칼로 찌르고는 도망쳤다.
그리고는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위고’는 관리가 되어 상주에서 근무하게 됐고, 그 곳에서 나이 열 예닐곱 살 의 뛰어난 미모를 갖추었지만 양미간에 흉터가 있는 배필을 만나 결혼했다.
‘위고’는 첫날 밤 흉터에 대해 묻자 아내는 “14년 전의 일이었지요. 보모가 저를 안고 시장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웬 미치광이가 저를 찌르고 달아났지요”라고 말했다.
깜짝 놀란 ‘위고’는 다시 “그 보모가 혹시 장님이 아니었소”라 물었고, 아내는 맞다고 답했다.
‘위고’는 월하노인의 말을 못 믿고 저지른 자신의 과오를 다 털어놓았고, 아내는 사랑으로 남편을 실수를 용서하여, 두 사람은 금실 좋게 백년해로(百年偕老)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월하노인(月下老人)은 이때부터 남녀의 혼인을 맺어주는 ‘중매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발상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을 죽일 뻔했던 이 얘기는 순간적인 실수로 우를 범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상대방을 확인도 안하고 전화에다 ‘별별 소리’를 다 하고는 뒤늦게 당사자가 아님을 알고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사람들.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에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해 ‘치고 받고’ 싸우는 친구들, 한 잔 두 잔 마시다 생각 없이 기분에 휩쓸려 한 순간에 ‘주급’을 다 날리고 다음날 후회하는 월급쟁이들. 대화와 용서 없이 헤어지는 부부들. ‘사랑의 매’라는 구실로 자녀를 체벌했다가 아동학대죄로 잡혀가는 부모들. 이외에 말로 형언하기 힘든 수렁의 늪에 빠져있는 한인들.....
이처럼, 한인들이 생각보다는 행동이 빨라 순간적인 실수로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우를 범하는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생각보다 행동이 빨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한인들, 밝고 명랑한 한인사회 속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순간적인 실수로 아내를 죽일 뻔했던 ‘위고’의 교훈을 가슴 속 깊이 새겨 둠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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