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은행경영에 관해 아는게 있어야지요. 그저 건전한 상식수준에서 훌륭한 경영인들이 계획하는 일에 방해나 되지 않았으면 하는 자세로 이사회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츠버그에 베이스를 둔 멜론은행의 주요 주주로 어느 비영리재단을 대표해서 이사의 직함을 갖고 있던 ‘페기’란 애칭의 은행이사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중의 한부분인데 타은행과의 합병얘기로 금융가의 관심을 끌던 때 상당한 소유지분을 가졌던 재단의 의사가 어느 쪽이냐란 걸로 매스컴의 포커스를 받던 때의 얘기다.

품위와 미모를 갖춘 이 멤버가 상당한 상식을 가진 덕분에 나중 일들이 증권시장에서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기가 쉬웠다는 분석을 기억하게 된 것은 우리 한인사회의 이사회들을 생각하면서였다.

이제 한인사회에서도 금융, 하이텍 등 산업에서 기업공개가 이루어지고 여러 회사들에서 정식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주식발행도 한 뒤여서 이사회의 활동과 그 형성에 대해서 언론에서도 이제 공익보호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모든 것에서 새로 시작한 것이 서투르게 되듯이 우리 한인 소유의 공개기업과 은행의 이사회에 대한 평가는 별로 존경받는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원래 이사회의 멤버가 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산업에 대한 식견이 훌륭해서 기업이나 은행경영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라면 경영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유수기업이나 은행의 경영자로 있거나 일해 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중요한 딜이 있을 때 직간접으로 딜을 성사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실제 일 자체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이사회에 참가시킨다는 자체가 바깥 세상에서 보기에 좋아서 기업이나 은행 이미지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화장품 회사에서 유명한 영화배우로서 피부가 좋고 대중 이미지가 좋은 이를 영입하는 것이나 나이키같은 스포츠용품 회사에서 인기있는 전직 운동선수를 초청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요즘은 명망있는 사회각계의 인사를 외부이사로 영입해서 기업이 소유주의 개인욕심이나 집단의 이기주의에 흐르지 않고 공정한 인식으로 먼 장래를 보아 건전한 기업으로 육성되도록 애를 쓰는 것도 미국에서는 거의 자리를 잡은 제도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대주주들이 물론 이사회의 멤버가 된다. 그런데 한인사회에 토대를 둔 기업이나 은행들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이사들이 주요 투자자들로 짜여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사회의 멤버로 한인사회나 타민족 커뮤니티에 그 현직을 과시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챙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타민족 커뮤니티나 주류사회 주주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소수주주 집단소송(class action suit)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은행경영이 잘되고 호황기에는 걱정이 적으나 만일 경영이 여의치 않아 손실이 발생할 때 투자 손실에 불만을 가진 소수주주들이 이사들을 상대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경영자를 선임하는 것도 이사회의 책무이고 선임된 경영자들의 업무수행에 전문지식이 없이 왈가왈부 간섭을 하지않는 것도 필요하다. 나중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주주들의 투자이익에 비해 과도한 이사회의 이익챙기기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는 것으로 지적되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이 미녀인지 야수인지 한번 조용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