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눈물고개, 울고 넘던 이 고개여.. 눈물이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이네.(중략) 맨발로 걸어가며 울고 넘던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고개” 이 노래는 오래 전에 많이 불려지던 대중가요로 6.25당시 아픔을 대변하는, 한마디로 당시 상황을 말해주듯 단장의 뜻이 물씬 담겨 있는 유행가다. 이 노래와 같이 애간장을 녹이는 현실은 우리 눈앞에도 있다. 알려진 대로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지난 2주전 체포된 한국인들 가운데는 생후 16년이 지나도록 얼굴 한번 못 보던 아버지를 찾아 온 한국소년이 있다. 최 성인 군.
지금 미국경비대에 걸려 형사재판에 계류중이다. 이 소년의 아버지는 지난 16년간 새 삶을 찾기 위해 선원으로 미국에 입국, 서류미비자로 그 동안 보지 못한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영주권취득을 목적으로 6차례 결혼을 시도했으나 모두가 실패했다. 또한 생선가게, 델리 등을 전전하며 돈을 벌어 7차례나 이민브로커를 통해 아들을 데려오려고 시도했으나 번 번히 돈만 날리고 그의 꿈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가 이제 아버지를 보기 위해 국경을 넘어오다 체포된 아들의 소식을 듣고 신분노출의 위험도 감수하고 시애틀로 날아갔으나 그의 앞에는 싸늘한 법만이 그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국 판 미아리고개”다. 한인들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것도 그 때뿐, 모두들 생활에 바쁜 나머지 언제 그러한 일이 있었느냐 는 듯 시간이 흐르면서 이는 하나의 사건으로 꼬리를 감추면서 서서히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이를 보면서 나름대로 아쉬움을 갖는 것은 애절한 부자지간의 사연에 대한 안타까움 뿐만이 아니라 왜 우리는 이러한 사건에 이렇게 조용한가 하는 점이다. 소년이 생전에 그리던 아버지를 보기 위해 국경을 넘은 것은 법 이전에 인권차원에서 보나, 소년의 아버지가 16년이나 미국에 거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방법만 찾는다면 얼마든지 이들 부자가 걱정 없이 만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한인사회와 단체를 대표한다는 지도자들이 이럴 때 나서 좋은 일을 한번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인 로비를 통해 이들 부자가 만나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실 우리 커뮤니티의 단체와 단체장이 시시각각으로 무슨, 무슨 일을 했다 하고 지면을 장식하고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때마다 미국정치인들에게 후원회다, 뭐다 하면서 기부금을 몇 만 달러씩 거두어주곤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필요로 할 땐 어떤가. 우리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얻었는가. 지금과 같이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우리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인권을 소중히 하는 나라다. 우리의 목소리를 모으면 얼마든지 우리가 후원해준 정치인들을 통해 이 정도의 일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진정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어머니와 함께 쿠바를 넘어오다 바다에서 어머니는 실종되고 고무보트에 매달린 채 미국경비대에 발견돼 극적으로 구출된 아들 곤잘레스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억세게 재수 좋게 천운 중에 천운으로 살아난 곤잘레스군을 놓고 미국은 이 아이를 미국에 정착케 하느냐, 쿠바의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게 하느냐 온 세상이 떠들 썩 난리였다. 그의 행선지에 대해서는 클린턴 대통령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했다. 이 문제도 전 미국이 1년 가까이 뒤끓더니 결국 곤잘레스가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종결됐다.
한인커뮤니티는 성인군을 그의 아버지 품으로 돌려보낼 힘이 정녕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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