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으로 온 나라가 감격과 감동, 초조와 설레임으로 들썩이던 고국이 지금 난데없이 일어난 의료계 집단 폐업 사태로 대란을 겪고 있다. 전공의가 집단사표를 내고, 의대생이 동맹휴업하는 바람에 폐업 첫날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아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면서 온 나라가 혼란 중에 환란(患亂) 분위기다. 96%의 동네병원들이 전면 폐업하고 70개 대형병원들이 외래진료를 거부하고 나서 당국이 국, 공립병원과 군 병원, 보건소 등을 총동원해 비상진료 체제에 들어갔으나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찾느라 아우성이고 의료시술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의식불명, 또는 신생아가 숨지는 등 의료계 사상 초유의 심각한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대란이 계속될 경우 지금으로선 또 어떤 재앙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 불허하다. 고국의 이러한 현실은 사실 우리의 당면과제가 아니어서 우리가 왈가불가할 일은 아니지만 사태가 하도 심각해져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의학분업 제도와 관련 정부와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의사협회, 병원협회가 집단 폐업함으로써 시작된 의료대란,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료계 사상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환자를 우선으로 해야 할 의료계가 아무리 그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서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 될 수 없는 사건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일생을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며 인류를 위해 살겠다고 한 의사들이 그렇게 까지 나오는데는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의료계의 사신이라는 본분을 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해 무슨 일이 있어도 생명을 제일로 해야할 사람들이 그 것을 포기하고 나섰다면 어떠한 이유로든 용납되기 어렵다. 적어도 사회의 상류층이자, 지도계층의 사람들이 이런 엄청난 사태를 몰고 왔다는 사실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그야말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는 군인이 전쟁터에서 국방을 포기하고 나선 것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치료를 거부해 환자가 죽게 내버려두었다면 이는 엄연한 살인행위이다, 그런 야만적인 의료진이 어느 국가에 또 있는가.
한국에는 아직도 많은 서민들이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의료계 종사자는 능력 있는 사람들로 좋은 여건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는 계층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는 자세로 살아야 할 사람들이 그렇게 부도덕한 일을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서민들의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번 기회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무엇이 잘 못 됐는지 여론화 시켜 그들의 잘못을 바로 잡았으면 싶다. 환자를 포기한 정신나간 의사들을 법의 준엄한 심판대에 가차없이 올릴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미국은 아무리 파업을 한다해도 이렇게 까지 마비되도록 하지는 않는다.
메트로폴리탄 일대에 있는 커다란 의료계 유니언도 의사나 간호원은 배제된 상태에서 일반 종업원만, 아니면 지역별, 각주별로 한다던 지, 또 설령 하더라도 인턴들이 너무 긴 근무시간을 이유로 하기는 해도 금전문제를 이유로 하는 파업은 거의 간호원들 사이에서만 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항공기 계통의 종사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규모의 스트라이크가 있었다. 그래도 그 당시 비행기가 안 떴다거나 하는 전면적인 행동은 없었다. 그런데도 당시 레이건은 사회 기강을 잡기 위해 관계자들을 다 해고시켰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반 사회적이고 반 규범적인 경우에는 거기에 따른 제재를 가한다. 한국도 스스로 직분을 포기하고 나선 의료진들에게는 행정적으로나 사법적으로 강경 처리했으면 한다. 모름지기 의사란 환자의 생명을 제일주의로 할 때 진정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졸지에 감동이 원망으로 변한 한국의 분위기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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