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의 여름방학이 다가오자 한인 학부모들의 고민거리도 하나 둘 늘고 있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학부모들은 여름학교를 보낼 것인가, 조국의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모국방문 프로그램에 가입할 것인가 그 것도 아니면 주류사회에서 실시하는 캠프에 보낼 것인가를 놓고 망설이고 있다.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은 학교성적에 뒤쳐질 것이라는 강박관념과 탈선 방지를 위해 사설학원에서 실시하는 여름학교에 자녀들을 맡기려 하고 있다. 그리고는 허리가 휘청거리는 여름학교 자녀 교육비에 근심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학원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8주를 전후해 1.000여 달러의 수업료가 들어가 두 명의 자녀가 있는 집은 2,000여 달러의 목돈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많은 한인학부모들의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조기유학 자유화에 따른 무분별한 “묻지마 조기유학”에 나서는 자녀를 맡아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고 있기 때문.
이들은 한국에 살고 있는 친척, 친지 등 아는 사람의 제의를 쉽게 거절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조기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느냐가 더욱 큰 고민거리.
뉴욕대 의대 교수를 지낸 뒤 뉴욕에서 36년간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석 박사가 최근 만 18세 이전의 조기유학 얘기를 담은 ‘조기유학 잘못가면 내 아니 폐인 된다’라는 지침서를 펴냈다. 내용의 핵심은 ‘조기 유학의 성공률은 5% 미만’이라는 것.
그는 미국으로 조기유학 오는 한국학생들을 ▲한국적인 것만 고집하는 전통파 ▲미국사회에 완전히 동화하려는 과격파 ▲한미간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려는 절충파 등 세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그러나 어느 유형에 속해도 감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100% 적응하기는 무리라는 소견이다.
무리하게 한국사회의 자부심만을 내세우는 전통파는 급우들의 철저한 무관심에 정서적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과격파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을 자기주장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좌절에 빠진다.
절충파 역시 미국문화와 한국문화를 일정한 기준 없이 받아들이면서 갈등과 죄의식을 갖는 일이 많다는 것이 바로 김박사의 지적이다. 이로 인한 정서적 불안은 스트레스 불면증 식욕감퇴의 형태로 나타나며 오래 계속되면 정신분열증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물론 조기유학이 성공적일 수도 있다. 그의 임상경험에 따르면 ▲국내학교에서 5%안에 드는 상위권 학생들이 좋은 환경의 우수한 사립학교에 진학할 경우나 ▲목표와 성과수준이 비교적 명확한 음악 미술 체육 등의 특기 학교로 진학하는 경우.
김박사는 “두 경우가 아니라면 확고부동한 가치관을 지닌 부모가 옆에서 버팀목이 돼주어야 한다”며 무작정 조기유학 열기에 경종을 울렸다.
이렇듯 조기유학의 성공률은 희박한 것이다. 특히 ‘영어만 건지면 성공’, ‘일단 내보내면 영어는 절로 된다’ 등의 영어교육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한 조기유학은 자칫 ‘조기에 자식을 망치는”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조기유학생을 맡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한인들은 우선적으로 무분별한 ‘묻지마 조기유학’에 대한 실상을 올 바로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에서 조기유학 오는 학생을 맡아야 하는 한인들은 현지에서 성공적인 조기유학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조기유학만 오면 영어가 술술 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사전에 올바로 잡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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