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통일만이 남았습니다"
분단 반세기만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나누는 광경을 이곳 샌프란시스코지역에서 TV 생중계로 지켜본 실향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참지 못했다.
특히 백화원 초대소에서의 김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격의없는 환담이 생생히 소개되자 한인들은 "이제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며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TV를 보지 못했던 한인들은 13일 오전 본보가 제작·배포한 호외를 보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스트베이한국노인회관에서 본보 호외를 받아본 김순예 할머니(82)는 "55년만에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사진을 보니 통일이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생전에 고향인 평양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황해도 재령이 고향인 공달빈씨(78)는 "일생 최대의 기쁨"이라며 "서두르지 말고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덕 노인회장은 "남북한이 이제는 서로 돕고 화해할 시점"이라며 "이산가족의 상봉이 우선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가주 한인사회는 온통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화제로 꽃을 피웠다. 한인들은 식당과 마켓에 배포된 호외를 돌려보며 금방 통일이라도 될 듯 기뻐했다.
북가주 한인TV방송들도 정규시간을 연장, 서울로부터 위성중계된 정상회담소식을 12일밤 생생히 방송했다. 김대통령의 북한 도착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한인들은 공항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온 모습이 비치자 예기치 못했다는 듯 저마다 탄성을 지르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날 본보에는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성길씨는 "회담이 하루 연기됐다는 소식에 가슴을 졸였는데 두 정상이 무사히 만나는 모습에 안도했다"며 "이날은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역사가 열린 감동의 드라마"라고 말했다.
한인들은 한결같이 이번 정상회담을 환영하며 서두르지 말고 한걸음씩 통일의 길로 나아가길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한범종 기자
bjhan@sf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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