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방이나 집 ‘에어비앤비’ 제공 숙박공유
▶ ‘릴레이라이즈’ 통해 차량 대여 임대수익
[노후생활에 추가 수입원 톡톡]
윌리엄 다우브(63)는 여섯 자릿수 초반대의 연봉을 챙기는 잘 나가는 실험기구 판매원이었다. 수십년 간 한 우물을 판 덕에 출장을 갈 때 가끔 회사 전용기를 이용하는 특전까지 누렸다.
하지만 그 역시 ‘평생고용’이라는 절대적 특전을 보장받진 못했다. 지난해 4월 레이오프로 직장에서 밀려난 다우브는 소셜시큐리티를 조기 수령하기 시작했고,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해 몇 개의 컴퓨터 자격증을 따냈다. 나름대로 착실히 취업준비를 한 셈이지만 일자리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커뮤니티 칼리지 동창생들과 함께 시간당 25~30달러가 주어지는 컴퓨터 관련 업체의 말단직에 원서를 냈으나 유독 그만이 끝까지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는 재취업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나이 탓으로 돌렸다.
- - -
다행히 컴퓨터 소프트웨어 판매업소를 운영하는 아내 덕에 한동안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갈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수입은 반 토막이 났는데 지출이 전혀 줄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주택담보 대출금이 절반 가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가사도우미를 계속 고용하고 잦은 외식과 주말 단위 부부동반 여행을 고수하는 등 예전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가계에 부담을 주는 주된 원인이었다.
조금씩 조여지는 경제적 압박감을 떨쳐내기 위해 다우브는 공적 연금을 늘리고 401(k) 인출을 줄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그는 단기 일자리 중개사이트인 태스크래빗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됐다.
태스크래빗(TaskRabbit)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개념에 바탕을 둔 온라인 일자리 중개사이트다.
공유경제란 협업 소비, 즉 ‘나눠 쓰기’의 개념에 바탕을 둔 경제를 뜻한다.
다시 말해 차, 빈방, 책 등 활용도가 떨어진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이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싼 값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소비형태다.
태스크래빗은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나 차량공유 업체 우버처럼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집이나 차량 등과 같은 개인 자산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연결시켜 단기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개역할을 수행한다.
요즘 한창 뜨는 공유경제나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의 개념에 딱 들어맞는 온라인 회사인 셈이다.
공유경제와 관련한 뉴스와 행사, 단기취업 기회 등을 전하는 웹사이트 콜래버레이티브컨섬션닷컴에는 1,400개를 헤아리는 온라인 일자리 중개업체의 명단이 실려 있다.
태스크래빗과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다우브는 신원조회를 거쳤고 훈련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올 여름부터 태스크래빗의 알선으로 아이케아의 가구 조립을 시작했다. 태스크래빗이 책정한 다우브의 ‘공표 요금’은 시간당 49달러. 여기엔 ‘프로바이더’가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고객 서비스 수수료도 포함되어 있다. 프로바이더란 다우브처럼 단기 일자리 중개업체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자산’을 타인과 공유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의 자산은 가구조립 기능이었다.
물론 공짜로 자산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과 8월 두 달간 주당 5~6시간 프로바이더로 일한 대가로 다우브는 2,000달러의 소득을 올렸다.
주식시장이 계속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다우브를 비롯한 많은 은퇴자들은 부족한 노후자금을 확충하고 투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 추가 소득을 올리려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월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7%는 스스로를 공유경제의 프로바이더로 간주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중 55세 이상이 25%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공유경제가 다양한 자산을 비축해둔 은퇴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는 별개의 보고서에서 2014년 150억달러였던 공유경제 규모가 2025년에는 3,350억달러로 급팽창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넬대학 노동문제연구소의 린다 배링턴 사무국장은 “공유경제에 참여하기 위해선 무언가 다른 사람들과 나눌 것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든 사람들이 비축해둔 자산들 가운데 상당부분은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과잉설비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자녀들이 어릴 때 구입한 주택은 이들이 집을 떠나게 되면 방이 남아돌게 된다. 차량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활발히 이용하지만 소유주가 은퇴한 후에는 이 역시 드라이브웨이에 서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에 거주하는 로버트 블러니어(79)는 이같은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2013년 말까지 그는 고층 콘도미니엄의 총지배인으로 근무했다.
은퇴 후 그의 수중엔 얼마 안 되는 노후자금과 생명보험만 달랑 남아 있었다. 유일한 고정수입인 소셜시큐리티만으로 지출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다시 한 번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월마트의 고객영접 담당직과 수퍼마켓의 포장 담당직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아무래도 힘을 써야 하는 작업이라 고령인 그에겐 힘에 부쳤다.
루핑과 페인트 컨트랙터를 콘도미니엄 매니저들과 연결시켜 주는 일자리도 고려해 보았지만 역시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이 소유한 2005년도형 무스탱 컨버터블을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공유차량 임대서비스 업체 릴레이라이즈(RelayRides)를 통해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전역에서 피어-투-피어 카셰어링으로 통하는 개인소유 차량임대를 금지한 곳은 뉴욕주가 유일하다. 뉴욕주는 보험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얼마 전 차량공유를 금지시켰다.
그는 릴레이라이즈를 통해 차량을 대여해 주고 하루 39달러를 받는다. 마일리지를 기준으로 처음 200마일까지는 무료다.
차를 임대한 고객이 현지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갈 때는 직접 라이드 서비스도 해준다. 라이드 요금은 공항까지의 거리에 따라 30~35달러 선이다.
그는 “공항을 오가는 것이 전혀 성가시지 않다”며 “내 차를 빌린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헤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반동안 그는 50회 이상 차를 대여해 주었다. 공항에서 차를 렌트하려면 피어-투-피어 카셰어링 서비를 이용할 때에 비해 최소한 3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매일 그가 몰고 다니는 낡은 머큐리 마퀴스 승용차도 가끔씩 ‘영업’을 뛴다.
카셰어링으로 지난 2014년 한해동안 그가 벌어들인 소득은 대략 6,000달러 정도. 한 달에 500달러의 수입을 올린 셈이다. 올해는 지금까지 4,100달러를 벌어들였다. 총 소득 가운데 25%는 릴레이라이즈의 몫이다.
그는 차량 대여 서비스업에 따르는 애로사항으로 “발이 묶이는 불편함”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차를 모두 임대해 주고 나면 꼼짝없이 집에 갇히게 된다. 차량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관계로 지난 2008년에 구입한 노스캐롤라이나의 바캉스 홈에서 보내는 시간도 대폭 줄어들었다. 그는 재빨리 바캉스 홈 대여를 시작했고 올해 약 2,000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렸다.
은퇴에 관한 조언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도리안 민처는 “기그 이코노미에 참여하면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노동인력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 돈을 버는 기회를 갖게 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며, 아침에 침대에서 빠져나와야 할 이유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MIT 에이지랩의 연구원 리자 디앰브로지오는 이외의 다른 유익도 있다고 거들었다. “돈을 벌면서도 직장이라는 제도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고, 근무 유연성이 뛰어나 스케줄을 짜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정원 조경사로 활동하다 3년반 전에 은퇴한 마사 윌리엄스(61)은 2012년 말부터 플라야 델레이에 있는 자신의 콘도에서 애완동물을 돌본다. 콘도를 활용한 공유경제형 돈벌이지만 아직 소유주협회(콘도미니엄 어소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서 관리하는 애완동물의 숫자에 제한을 둔다는 그녀는 올해 들어 일당을 40달러에서 45달러로 올렸다.
그녀와 계약을 맺은 애완견 관련 단기 일자리 중개업체 독베이케이는 휴가여행을 위해 애견을 맡긴 애완동물 소유주들에게 하루 한 번 연락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마사는 마추피추로 여행간 부부의 호텔로 그들의 애완견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었다.
2012년 1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그녀가 벌어들인 수입은 1만2,000달러에 달 한다.
많은 공여경제 참여자들이 누리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프로바이더들은 몇 가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공유경제 참여자는 정식 고용 인력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우브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며 “내 인생의 현시점에서 가질 수 있는 완벽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