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베테랑’ 류승완 감독
‘베테랑’은 여름과 잘 어울리는 영화다. 경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다. 관객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결과를 향해 그저 이야기에 몸을 싣고, 배우들과 함께 힘차게 달리면 된다. 죄를 지은 재벌 3세가 있고, 그를 잡으려는 형사가 있다. 그리고 형사는 재벌을 잡는 데 성공한다. 요즘 말로 말하면 ‘베테랑’은 ‘사이다’다.
‘액션 키드’라는 별명의 분위기로 보면 류승완(42) 감독은 언제나 밝고 경쾌한 영화를 만드는 연출가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그는 막상 밝은 영화를 그리 자주 만들지 않았다. ‘베테랑’을 포함해 그가 만든 9편의 장편영화 중 ‘다찌마와 리’(2008) ‘짝패’(2006) ‘아라한 장풍 대작전’ 정도만 밝은 영화였다. 특히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으로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그랬던 그가 그 어떤 영화보다 밝고 활기찬 영화로 돌아왔다. 그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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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시사회 후 반응이 만장일치에 가깝게 좋았다.
“감사할 뿐이다. 좋은 일이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나."
-영화가 경쾌하고 신나더라. 재밌는 건 영화의 그런 공기가 단순히 연출 방식에서 느껴진다기보다는 배우들이 정말 즐겁게 연기하고 스태프가 정말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인 것 같았다.
“맞는 말이다. 정말 즐겁게 촬영했다. 특히 황정민 선배를 중심으로 배우들과 스태프의 호흡이 좋았다. 물론 영화라는 게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번 현장은 그런 스트레스를 우리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다. 특히 광수대 팀(황정민, 오달수, 오대환, 장윤주 등) 촬영은 매번 마치 소풍 가는 분위기였다."
-조태오 라인은 아니었나 보다.(웃음)
“아니다. 그쪽도 물론 분위기 좋았다. 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 악행을 저지르는 쪽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묘한 긴장감이 있다. 특히 조태오가 화물기사에게 격투기를 시키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폭력적인 장면인 데다가 그 신(scene)에 아이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촬영했다."
-촬영 분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기자가 대학생 때 우연히 당신의 촬영 현장을 본 적이 있었다. 분위기가 살벌하더라. 그때 당신은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때 ‘영화감독들은 다 저런가’ 이런 생각도 했다.(웃음)
“(폭소)그게 아마 광고촬영이었을 거다. 기억난다. 이제는 안 그런다."
-“이제는 안 그런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그때는 내가 삼십대였다. 정말 에너지가 넘치던 시기였다. 아시겠지만 ‘부당거래’의 ‘조양’(류승범)의 일하는 모습이 딱 내 모습이다.(웃음) 이제 나도 사십대다. 나이를 먹는 거지.(웃음)"
-현장을 이끌어가는 방식 혹은 연출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변한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했다. 하나 하나 다 내가 통제해야 직성이 풀렸다. 음…내가 모든 걸 ‘메이킹’하려고 했다 해야 하나. 하지만 이제는 ‘초이스’하는 쪽으로 간다."
-조금 추상적인 질문이다. 당신에게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떤 건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아메리카의 밤’을 보면 오프닝에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영화 만드는 것은 역마차 여행과 같다고 한다. 출발할 때는 언제나 들뜬 마음으로 출발해서 중간에는 제발 이 여행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여행이 끝나면 또 다른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것이 영화와 여행의 공통점이다.’ 내 생각도 그렇다. 영화 만들기의 재미는 제가 가진 인생에서 받은 가장 큰 복이다. 그것은 다양한 인생의 여행지에 갈 수 있다는 거다. 같은 여행지를 반복해서 가려는 사람은 잘 없지 않나. 나도 그렇다. 저번에 밝은 여행지를 갔다면, 이번에는 어두운 여행지를 가고 싶고. 그런 것 같다."
-‘베테랑’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안 했다.(웃음) 극 중 ‘쪽팔리게 살지 말자’라는 대사 인상적이었다. 당신이 주진우 기자와 친하다고 알고 있다. 이 대사가 그분이 자주 하는 말로 알고 있는데, 영향이 있는 건가.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대사는 아니다.(웃음) 주진우 같은 사람이 ‘서도철’(황정민)을 만드는 데 준 영향이 크긴 하다. 남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당장 달려가고 뭐 그런 것들. 난 주진우가 사무실에 붙어있는 걸 못 봤다. 서도철도 그렇지 않나.(웃음) 난 서도철이 판타지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는 면도 있다."
-‘베테랑’은 어떤 영화인가.
“이 영화의 판을 깔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 영화는 아이들 세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아저씨가 생각하기에는 세상이 이런데, 그래도 한 번 싸워볼 만 해.’ 이런 느낌이랄까. ‘폴리스 스토리’ ‘리썰 웨폰’처럼 이런 영웅들이 있다. 너희도 한 번 해볼 만하다고. 너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베테랑’을 관객이 어떻게 보길 원하나.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봐라, 저렇게 봐라’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한다. 먼 훗날 내가 은퇴하고 오늘 내일하는 상항에서 토막 기사 하나를 본 거다. 용감한 시민, 용감한 경찰에 관한 기사인데, 이 사람이 자신이 어린 시절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고 이런 일을 하게 됐다고 말하는 거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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