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직접투자 규모 2025년까지 미국 추월할 듯
▶ 미 부동산 70%는 현금 지불 재산 빼돌리기 시각도
[세계는 지금]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궈광창(47) 푸싱(FOSUN)그룹 회장은 요즘 유럽 기업들을 사들이는데 여념이 없다. 푸단대 철학과를 다니던 고학생이었던 그는 1992년 친구들과 시장조사 컨설팅 업체를 창업한뒤 간염진단 시약으로 큰돈을 벌자 이를 밑천으로 국내·외 알짜기업들 사냥에 나섰다. 이미 독일 은행 BFH, 영국 여행사 토머스 쿡, 포르투갈 보험사 피델리다드의 최대 또는 2대 주주인 그는 올초 프랑스의 세계적 리조트 체인인 클럽메드까지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현재그는 40억유로(약 44억1,800만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포르투갈 3위 은행 노부방코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그런데 중국에는 제2, 제3의궈 회장이 줄을 잇고 있다. 2000~2014년 중국이 유럽에서 진행한 기업인수 및 투자건은 모두 1,000여건에 총 460억유로(약 508억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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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과 부동산도 중국인의 매입대상이다.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텅쉰(영문명 Tencent)은 1년 간 무려 11곳의 해외 게임업체들을 사들이거나 투자했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도 지난해 말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에 6억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도 2013년부터 샵러너, 탱고, 퍼스트딥스, 스냅챗, 주릴리 등 미국 정보통신(IT) 업체들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미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워, 미국 고급 인력들을 끌어 모으는 중국 기업들도 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다그룹의 왕젠린(61) 회장도 2012년 미국의 AMC 엔터테인먼트를 26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지난 5년 동안 해외투자와 해외기업 인수에 무려 10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국가 정상들이 자주 묵는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도 지난해 중국의 안방(安邦)보험에 넘어갔다. 저가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킨 샤오미는 지난 4월 중국 기업 나인봇에 8,000만달러를 투자, 이 회사가 미국의 전동휠 원천기술 업체 세그웨이를 인수하게 했다.
■ 세계의 공장에서 자본 대국으로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이제 자본 대국으로 우뚝 서고 있다. 전 세계의 기업과 부동산을 사 들이는 중국의 행보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1~5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비금융 부문)는 2,784억위안(약 449억달러)을 기록했다. 중국은 이 기간 전 세계 146개국에서 3,426개 기업의 지분 등을 사들였다. 이런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7.4%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앙 국유기업의 해외 투자액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말 현재 누적기준 중국의 비금융 부문 해외 직접투자액도 4조5,000억위안(약 7,259억달러)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새삼스러울 건 없다.
하지만 그 속도가 현기증이 날만큼 빨라지고 있다는데 있다. 중국의 지난해 해외 투자는 1,029억달러였고, 전년 대비 증가율은 14.1%였다. 올들어 이 증가율은 지난해의 3배도 넘는다. 쑨지원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올 초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재투자하고 제3국을 통해 투자한 것까지 포함할 경우, 중국은 이미 자본 순유출국이 됐다”고 선언했다.
■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의 힘
중국이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 데다 정부도 이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가 경쟁력을 앞세워 성장해 온 중국 기업들은 이제 선진국의 기술과 브랜드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아예 해외 기업들을 통째로 사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의 컴퓨터 업체인 레노보가 IBM의 PC 부문을 인수하고 지리차가 볼보를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3조7,3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선 위험도를 분산하기 위해서도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확대를 장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중국은 이미 2000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세계적 업체로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저우추취 정책을 채택,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나 해외자산매입 때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통해 중국의 해외 투자는 2002년 27억달러에서 지난해 1,029억달러로 성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육·해상 신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를 외치며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 저우추취 정책의 연장선상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대일로와 AIIB를 앞세워 중국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정부가 적극 지원함으로써 너무 많이 쌓인 달러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속내다.
영국의 한 투자정보 업체는 중국 개발은행, 중국 수출입은행이 지난 15개월 동안 단행한 주요 67건의 해외 차관 가운데 70%가 일대일로 노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를 통해 공급과잉으로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탈피,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사랑
중국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해외 부동산 매입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개월 간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한 외국인 중 중국인은 1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위는 캐나다인으로 14%, 3위는 인도인으로 8%였다. 이는 전년도(2013년 4월∼2014년 3월) 집계에서 캐나다인이 23%, 중국인은 12%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중국인이 미국 주택거래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액으로 보면 극적인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중국인은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에서 모두 286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전년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액수다. 이는 또 캐나다인이 미국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쓴 자금 112억달러의 2.5배가 넘는다. 주택을 구입하는데 평균적으로 지출한 금액 역시 중국인은 83만1,800달러였던데 비해 캐나다인은 그 절반이하인 38만300달러였다.
이는 안정적인 자산 보유목적으로 미국에 부동산을 사 두려는 중국인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 조정국면으로 접어든 점도 이러한 추세의 한 배경이 되고있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 등의 영향으로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인이 미국 부동산을 구입할 때 자금의 70%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러한 주장의 뒷받침해주고 있다.
중국 부호들이 자녀의 영어교육을 위해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잖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런던, 시드니, 밴쿠버, 토론토, 오클랜드 등에서도 가장 큰 외국인 부동산 구매자로 등극했다. 모두 영어권인데다 교육환경이 뛰어난 곳이다.
■ 중국 해외투자, 2025년 미국까지 추월
앞으로 중국인의 해외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투자 제한이 대폭 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까진 기관 투자자에 한해 외국의 통화 주식 펀드 채권 등 자본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적격국 내 개인투자자(QDII2) 제도를 시행해 왔으나 앞으로는 그 범위를 개인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왕서방’이 전 세계를 사 들이고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란 지적도 나온다. 장쩡웨이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장은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누적 총량으로 보면 아직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2분의 1, 독일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해외투자 증가 속도는 앞으로 점점 빨라질 것이고 이에 따라 그 격차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경제연구기관 로디엄그룹과 베를린의 중국연구소(MERICS)는 중국의 역외 자산규모가 현재 6조4,000억달러에서 2020년엔 20조달러로 늘어, 중국이 세계 최대 역외투자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누적액도 현재 7,440억달러에서 2020년 최대 2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늦어도 2025년까진 현재 연간 해외투자액이 3,000억달러 수준인 미국을 추월하고 중국이 세계의 가장 큰 손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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