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한국에 AI팩토리 구축
▶ 메모리·제조·통신 최적 테스트베드
▶ 한국을 ‘글로벌 AI 혁신 전초기지’로
▶ 최대 난제 열관리·전력은 LG·두산
▶ 네이버도 GW급 팩토리 운영 합류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나 브리핑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
“메모리 기술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중공업 역시 완벽합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더해진 한국은 인공지능(AI) 혁명을 활용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SK·LG·현대차·네이버 등 한국 주요 대기업 본사를 연달아 방문해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한 배경을 이 같은 말로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황 CEO는 이날 저녁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대표 겸 부회장을 신라호텔에서 따로 만나 AI 메모리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단기적으로는 올해부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소캠(SOCAMM)의 충분한 공급과 7·8세대인 HBM4E와 HBM5, 그록 4세대 언어처리장치(LPU)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도 다뤄졌다.
황 CEO는 이후 신라호텔에서 AI 스타트업 대표들도 만나 생태계 확장을 추진했다. ‘메모리-첨단 제조-통신망-독자 AI 모델’이라는 한국 AI 밸류체인을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테스트베드로 삼으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 CEO의 이날 행보와 발표를 묶어보면 그는 한국 전체를 ‘글로벌 AI 혁신의 전초기지’로 점찍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양측의 협력은 크게 AI 팩토리 구축과 운영, 피지컬 AI, 모빌리티 등 4대 분야로 집약된다.
가장 핵심이 되는 AI 팩토리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다.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를 원료로 삼아 AI의 핵심 정보 단위인 토큰을 24시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차세대 지능형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이 전기를 바탕으로 물건을 찍어냈다면 AI 시대의 팩토리는 지능을 생산하는 셈이다.
거대 AI 인프라를 짓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하드웨어 역량이 총동원된다. “SK와 대규모 파트너십은 다중 플랫폼과 기술을 아우르는 당사 최초의 협력 모델”이라는 황 CEO의 설명처럼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가속기에 탑재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를 공급하며 AI 팩토리의 두뇌를 뒷받침한다.
AI 팩토리 가동의 최대 난제로 떠오른 ‘열 관리’와 ‘전력’은 LG와 두산이 맡는다. LG전자는 서버의 열을 식히는 액체냉각 솔루션(CDU) 인증을 진행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을 통해 팩토리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저탄소로 공급할 수 있다.
구축된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가동하는 운영 측면에서는 SK텔레콤과 네이버가 주도권을 쥐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엔비디아와 미래 로드맵을 공유해 AI 수요에 빠르게 적응하겠다”며 칩 세팅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클라우드 구축을 공식화했다.
네이버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직접 나서 GW(기가와트)급 글로벌 AI 팩토리 공동 사업에 합의했다. 이 의장이 “독자적인 소버린 AI 역량 구축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듯 2027년 상반기 각 세종(55㎿) 가동을 시작으로 2028년 200㎿까지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유럽과 중동까지 인프라를 확대해 최종적으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십만 장을 수용하는 1GW급 초대형 인프라를 운영한다는 청사진이다.
가상 공간에 머물던 AI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로 끄집어내는 피지컬 AI는 현대차와 LG·두산이 맡는다. 구광모 LG 대표는 “엔비디아가 그리는 (피지컬 AI) 생태계 청사진은 LG의 미래 모습과 일치한다”고 밝혔는데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로봇 AI 두뇌인 ‘아이작 그루트’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한다. 두산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등도 엔비디아 플랫폼에 합류해 제조 현장 혁신을 앞당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승부수를 던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양재 사옥에서 황 CEO와 만나 약 9조 원 규모의 ‘새만금 프로젝트’에 엔비디아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할 것을 전격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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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서종갑·서지혜·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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