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3대 롤업 도어 제작사로 주류사회에 우뚝 선 기업 ‘베스트 롤업 도어’의 에드워드 최 대표.
미 대륙횡단 두 차례. 프랑스 떼제베(TGV)를 능가하는 열차 조립기술 보유. 롤업 도어 업계 선두주자. 이 모든 타이틀을 한 손에 거머쥔 사람이 있다. 당당하게 미국 산업의 한 축을 리드하고 있는 한인 기업가, ‘베스트 롤업 도어’의 에드워드 최 대표다.
LA 근교의 산업도시 산타페 스프링스에 위치한 베스트 롤업 도어 공장에서 그를 만났다. 공장은 초입부터 분주하다. 대형 트럭이 드나들고 기계음이 쉬지 않고 들려온다.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은 모두 활기차고 진지하다. 회사 로고가 새겨진 파란 셔츠를 입은 에드워드 최 대표가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기자를 입구에서 맞아준다. 고철을 다루는 기업의 대표답지 않게 온화하고 인자한 얼굴이다. 최 대표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샘플 도어를 전시해 놓은 사무실은 깔끔하다. 철가루가 날리는 공장 안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도전하는 기업
베스트 롤업 도어는 미국 내 3대 롤업 도어 제작사다. 현재 롤업 도어 전문업체로서 전동시스템을 비롯하여 방범 방화 보안 도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아시아계로는 유일하게 미국 주류사회에서 경쟁하고 있기도 하다.
베스트 롤업 도어는 도전하는 기업이다. 최 대표의 발걸음은 한인타운에 머물지 않는다. 사업을 구상하던 30대 때 그의 꿈은 이미 세계를 향해 있었고 이후의 삶은 도전과 창조의 연속이었다. 170달러짜리 용접기를 사서 무작정 철공소를 차린 일이나 너비가 150피트에 달하는 군 격납고 문을 주문받았을 때나, 또 느닷없이 기차 조립 주문을 받았을 때 등 새로운 일은 최 대표를 더 강인하게 만들었고 오늘날 베스트 롤업 도어의 체질이 되었다. 창업 당시의 어려움을 술회하던 최 대표는 처음 마주하는 낯선 작업은 언제나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군부대의 격납고 문을 주문받았을 때다. 너비가 최고 150피트에 이르는 문은 당시에 유통되던 일반적 크기를 크게 벗어나 있었다. 최 대표는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만한 너비의 도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알루미늄 롤업 도어다.
최 대표의 회사에서는 이미 오래 전 철제 시공 도어 대신 알루미늄 공법을 도입해 건물 하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있다. 알루미늄 패널 사이에 공간을 두도록 한 롤링 기법은 ‘베스트 롤 업 도어’를 또 한 번 업그레이드 시켰다. 경량의 알루미늄 도어는 내구성이나 강도에 있어서도 철제 도어에 못 미치지 않는다. 알루미늄 재질에 특수 공법이 입혀진 베스트 롤업 도어는 괌이나 하와이 등지의 바람이 심한 지역의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유연함도 확보했다.
최 대표의 안전에 대한 강박은 베스트 롤업 도어를 계속해서 진화시킨다. 베스트 롤업 도어는 전동으로 문이 올라가고 내려가지만 화재가 나거나 전기가 나갈 경우에는 사람이 피신할 수 있도록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방화, 방탄유리를 사용하는 것도 안전을 위한 조치다.
■창업과 경영철학
세계 최강국 미국을 공부해보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미국생활이었다. 32세 나이에 늦깎이 유학생을 자처한 그는 칼스테이트 노스리지에 입학한 뒤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당시 170달러짜리 용접기를 사서 철공소를 차렸다. 베스트 롤업 도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주문은 신통치 않았고 벌이도 시원치 않았다. 그는 소위 돈 되는 일거리를 궁리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셔터 제작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백인 한 사람이 주문을 해 주었고 여러 번의 오차를 거쳐 첫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에게 기계나 철강, 용접은 생소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를 배워가는 즐거움은 그를 밀고 가는 엔진이 되었다. 일에 대한 호기심 뿐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최 대표다. 그의 일정은 늘 누군가를 만나는 일로 짜여 있다.
사람 만나는 일이 공부라는 최 대표, 그에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일이자 취미다. 한 사람은 한 세계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고 그동안 몰랐던 무엇인가를 또 배우는 일이라고 여긴다.
세계를 향한 꿈과 사람을 통해 배운다는 최 대표의 삶의 방식은 이미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베스트 롤업 도어는 미국 정부에 납품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대사관이 설치되어 있는 나라 197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최 대표는 “사업은 100년 대계”라고 강조했다. 잠시 이윤을 내고 사라지는 사업은 돈벌이가 목적일 뿐이지만 100년 앞을 내다보는 사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격이 된다는 것이다. 베스트 롤업 도어가 잘 성장하여 지친 사회에 소금이 되길 기대한다. 그의 다음 목표는 미국 내 13개 주에 조립공장을 설립하는 것이다.
사실 최 대표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부친은 한국전쟁 때 월남해 맨손에서 부를 일궈낸 사람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전정신이 최 대표의 DNA를 이루고 있나보다. 그는 재산을 물려받기보다 스스로 겪어 나가기를 선택했다. 경험보다 나은 스승이 없기 때문이다.
최 대표의 아내는 간호장교출신이다. 베스트 롤업 도어가 오늘날 최고의 정직한 기업, 세금 잘 내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회사 재무를 맡고 있는 아내의 올곧은 성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최 대표는 말한다. 정직으로 만든 제품은 이제 최 대표 개인을 넘어 회사의 이미지가 됐다.
■창의력과 도전 정신
최 대표의 회사는 롤업 도어만 취급하는 게 아니다. 철강 용접에도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미국 전역을 누비는 열차의 몸체 제작이 베스트 롤업 도어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주문도 거절하지 않는다는 최 대표가 기차 조립 주문을 처음 받았을 때를 회상했다. 2009년 당시 미국은 최대의 불경기를 맞고 있었다. 기차 제작 전문업체이고 미국 철도 차량을 제작하던 회사 현대 로템에서 연락이 왔다. 미국 정부에서 모든 조립을 해외로 내보내지 말고 자국 내에서 해결하도록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망설임 없이 기차조립 주문을 수락했다. 차량 조립은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사업이나 개인이나 기회를 통해서 성장한다고 믿는 그에게 불모지는 성장의 동력이 될 뿐이다. 최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은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거듭되는 실패 끝에 기차는 완성품에 이르렀다. 현재 베스트 롤업 도어는 도어제작 업체라는 회사명이 무색할 만큼 기차 조립업체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기차 조립은 3,000~5,000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고도의 정밀한 조립공정이 요구된다. 앞으로 미국에 고속기차가 도입될 것에 대비하여 여섯 개의 라인을 확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정부 예산 8,500억 달러가 소요되는 사업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알 만하다.
뭐든 필요하면 배우게 된다는 최 대표다. 이 긍정의 힘은 어디에서 온 걸까. 자신을 지킨 묘약으로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톨릭 신앙을 꼽았다. 모든 게 우연히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이 있었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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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숙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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