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업부터 지금까지 장보기, 조리 챙겨…음식은 손맛보다 정성이 담겨야… 히스패닉 종업원과는 30여년 한솥밥
▶ 돈보다 건강한 한끼 대접에 큰 보람, 레드우드 통나무 테이블과 의자 그대로…은퇴할 나이지만 고객 생각에 못놓아
지난 1986년 창업한 베버리 순두부를 올해로 33년째 경영하는 모니카 이 대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래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상혁 기자>
2019년 기해년이 찾아왔다. 2019년은 재물이 많이 따르고 큰 복이 온다는 황금돼지띠여서 한인들의 새해에 대한 희망 또한 예년에 비해 각별하다. 새해가 찾아올 때마다 한인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영역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도 우리 곁을 지켜주는 가족이나 친구 등의 존재를 통해 안심하게 되고 위안을 삼는다. 그래서인지 우리 곁을 지켜온 장수업체들에 대한 한인들의 애정 또한 각별하다. 특히 부침이 심한 한인 요식업계에서 30년을 넘은 장수 식당은 이제 손꼽을 정도로 몇 개 남아 있지 않다. LA 한인타운 올림픽 블러버드와 뉴햄프셔 코너에 위치한 ‘베버리 순두부’는 1986년 6월 25일 창업했으니 기해년을 기준으로 33년째 영업을 하게 된다. 모니카 이 대표(한국명 명애·65)의 미국 이민 생활과 베버리 순두부 창업 및 운영 스토리는 바로 우리 미주한인들의 이민사이기도 하다. 모니카 이 대표는 여름에도 반팔 옷을 잘 입지 않는다. 순두부를 조리하면서 팔에 크고 작은 화상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에게 건강한 순두부 한 그릇을 제공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보았다.
-새해가 되면 창업 33년째가 되는데 이렇게 오래하실 줄 알았나.
▲처음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고 하면서 1년, 2년, 10년이 됐는데 벌써 33년째라니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올해 65세가 돼서 정부 메디케어 혜택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서서히 식당을 접을까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치기도 했지만 식당을 찾아주시는 고객들을 생각하면서 건강이 허락하는데 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특별한 장수 성공 비결이 있는지.
▲음식은 손맛도 손맛이지만 무엇보다 정성이 담겨야 한다. 1986년 창업 이후 매일같이 순두부와 반찬 재료 선정부터 조리까지 직접 확인하고 챙긴다.
맛이 달라지거나 부실해지면 고객이 제일 먼저 알게 된다. 특히 순두부는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우리는 고객 주문을 받으면 그 고객만을 위한 순두부를 개별적으로 조리한다. 재료를 더 넣어달라거나 적게 넣어달라거나 매운 맛이나 싱거운 맛까지 특별 주문하는 고객만을 위한 순두부를 만든다. 또 순두부는 10~15분 높은 화력으로 끊여야 하는데 그래서 매달 교체하는 뚝배기만 150개에 달한다. 화력도 중요한데 최신 모델들이 맘에 들지 않아 창업 당시 특별 주문한 스토브를 33년째 쓰고 있다.
-남가주서 첫 순두부 전문식당이지 않았나.
▲맞다. 1986년 6월 개점 당시 남가주, 아마 미국에서 첫 순두부 전문 식당이었을 것이다. 고달픈 이민 생활에서 한인들에게 순두부는 특별한 음식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대형 업체로부터 순두부에 들어가는 두부를 납품받고 있지만 당시에는 조달업체가 없어서 개업 후 첫 몇 년 동안은 직접 순두부를 만들었다. 당시 미국에서 순두부 재료를 만드는 방법조차 없어서 제조업체에게 나의 순두부 제조 레시피까지 제공하며 협력한 결과 지금의 순두부를 납품받았다.
-베버리 순두부는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주류사회에서도 유명하다. LA 타임스 등 주류 언론들도 많이 소개를 한 것으로 아는데.
▲지난 2018년 7월 갑자기 별세한 LA 타임스의 유명 푸드 칼럼니스트였던 조너선 골드가 발간하는 LA 최고 101개 식당에도 여러 번 뽑혔다. 특히 올해는 LA 타임스의 ‘세월을 이긴 10개 전통식당 명단에 한인식당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러리스 프라임립,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파이앤버거 등과 함께 선정돼 한국음식을 주류사회에 소개할 수 있게 돼 작은 자부심을 느낀다. CNN을 통해 전 세계 식당을 소개했던 유명 요리연구가 이었던 고 앤소니 부르댕도 2015년에 식당에 와서 먹은 후 CNN을 통해 소개를 해주었다.
-주류 사회에서도 인기 있는 비결이 있다면.
▲요즘에는 외국인이 좀 더 쉽게 먹을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한식 퓨전 요리나 아시안 퓨전 요리 등도 많이 있다. 이들 퓨전 한식도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고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 그들만의 역할과 위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베버리 순두부가 인기 있었던 비결은 아마 가장 한국적인 맛을 유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앤소니 부르댕도 가장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고 격려해줬던 기억이 난다.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먹는 한식 그 자체를 체험하고 싶어 한다. 지금은 고객의 절반 이상이 비 한인일 정도로 주류사회에서도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다.
-식당을 확장하거나 분점이나 프랜차이즈를 낼 생각은 없었나?
▲돈에 욕심이 있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확장을 하거나 분점을 내고 지금의 맛과 품질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성격상 지금도 새벽 4시에 다운타운 홀세일 마트에 가서 야채와 재료를 직접 보고 골라야 직성이 풀리고 점심과 저녁 피크시간에는 내 눈으로 음식이 제대로 조리되고 서빙 되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 성격이다.
-고객들이 베버리 순두부의 또 다른 매력으로 통나무 테이블과 의자를 애기하는데.
▲영화계와 친분이 많았던 시아버지가 유명 무대감독이었던 김동포 감독과 친했는데 기술자들과 함께 오리건주의 레드우드 통마무를 들여와 자연목 그대로 잘라 제작해주셨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튼튼하다. 삭막한 도시에서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온 것 같다고 고객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베버리 순두부 메뉴의 특징을 뽑는다면.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한 끼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또 섞어, 해물, 김치, 알 등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좋아한다. 순두부 외에도 다양한 야채와 해물 등이 들어가는 영양 솥밥, 돌판비빔밥은 한인 단골들이 즐겨 찾는 메뉴이고 최상급 갈비와 불고기, 닭구이 요리는 비한인 고객들이 많이 선호한다. 순두부는 건강식이다. 식물성 담백질이 풍부하고 저염 음식이어서 당뇨병 환자들이 특히 선호한다. 한 미국인 당뇨환자 고객의 부탁으로 순두부 요리를 특별 조리해주었는데 운전사를 보내 리무진으로 픽업, 한 달을 먹은 후 당수치가 많이 개선됐다는 애기를 듣고 보람을 느낀 적도 있다.
-직원들도 장기근속 직원이 많다고 들었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애나 엘리자베스 산체스는 1986년 창업과 함께 시작해 지금은 같이 할머니가 됐다.(웃음) 히스패닉 여자가 손맛이 좋아 지금은 웬만한 한국인 보다 한국 요리를 더 잘한다. 한인 직원들도 함께 오래 일하고 있다.
-간호대 출신이라고 들었다. 미국에 오시게 된 동기는.
▲동덕여고를 졸업하고 고대 간호학과(72학번)를 나왔다. 가족이민을 신청했는데 의사로 일하셨던 외숙부·숙모가 신청해주신 취업이민 비자가 더 빨리 나와 1977년 8월 6일 이민을 왔다. 오자마자 그 다음날인 8월8일부터 보조간호사로 일하면서 간호사 라이센스를 땄지만 1979년 결혼을 하고 마켓을 운영하게 되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동기 중 큰 병원의 수간호사가 된 경우도 있고 간호 부분에서 성공했지만 나 또한 내가 걸었던 길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가족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한다면.
▲두 딸이 잘 자라줘서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다. 두 딸이 학교를 다니면서 식당을 많이 도와주었고 지금도 주말이나 주중에도 틈틈이 나와서 도와준다. 장녀는 USC 행정파트에서 고위직에 있고 차녀는 연방정부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영어권 두 딸이 있어 웹사이트도 개설할 수 있었고 주류사회에 대한 마케팅 부분도 챙겨준다.
■2717 W. Olympic Blvd. LA (213)380-1113
www.beverlysoontof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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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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