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스포츠팀 치어리더들의 실상…구단 지시로 팬과 스폰서 기쁨조 역할
▶ 성추행과 희롱에 무방비 상태로 당해
(AP=연합뉴스)
얼굴도 몸매도 “샤방샤방”한 “끝내주는” 미인의 대명사로 흔히 치어리더를 꼽는다. 사실 프로 스포츠팀 소속 치어리더는 발레, 재즈, 모던, 힙합과 탭 등 상당수준의 춤 솜씨를 지닌 미모의 댄서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해서 누구나 프로 치어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 수 십, 수 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비로소 프로 구장의 ‘여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나 바늘구멍 같은 경쟁관문을 통과해 ‘입신’한 치어리더들은 구장에서의 화려하고 섹시한 율동이 그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바로 깨닫게 된다.
치어리더들은 경기장에서 팬들과 상호소통 하는 것은 물론 구단의 지시에 따라 각종 판촉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일단 행사를 ‘현장 체험’한 치어리더들은 거의 예외 없이 끝 모를 자괴감에 빠져든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전?현직 치어리더들은 구단 측으로부터 경기 시작 전 스태디엄 파킹장 천막에서 벌어지는 테일게이팅 파티를 비롯, 다양한 장소로 ‘출장’ 지시를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보통 2분간 팜팜을 흔들며 간단한 기본 율동을 보여주고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한 다음 ‘철수’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일반 직장여성들이 평생 받을까 말까한 성추행과 희롱에 노출되기 일쑤다.
팬서비스를 할 때에도 치어리더들은 유니폼인 푸시-업 브라와 술이 달린 짧은 스커트를 입어야 한다. 반 벌거숭이에 다름없는 복장이다. 그리고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팬들은 대개 취기로 후끈 달아오른 남성들이다.
치어리더들은 신변보호를 위해 원칙적으로 최소한 두 명 이상이 조를 이루어 움직이지만, 술 취한 팬들의 야비한 추행과 희롱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방어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엄격한 규정에 따라 어떤 경우에건 팬 앞에서 화를 내는 등 맞대응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구단 관련자들은 신입 치어리더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그들이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입사했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한다. 물론 칭찬이 아니다.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쌔고 쌨다”는 사실에 방점을 둔 발언이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 건 한 방에 훅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협박에 가깝다.
치어리더들은 병원, 생일파티, 독신자 전용주점, 기업 파티, 수퍼마켓 등지에서 팬서비스를 하며 팀의 이미지 판촉을 거든다. 행사장에 시큐리티 가드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도 숫하다.
따라서 공공장소가 아닌 곳으로 경비원 동행 없이 파견될 땐 당연히 긴장하기 마련이다.
레드스킨스의 전직 치어리더가 털어놓은 경험담을 들어보자. 수년 전 그녀는 다섯 명의 팀 메이트와 함께 스폰서의 사택으로 ‘파견’됐다. 그곳에는 일곱 명의 40대 남성 팬들이 술을 마셔가며 TV로 풋볼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집주인은 비롯한 ‘술 취한 아재’들은 거실로 들어선 젊은 미녀들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누가 미혼이고, 누가 기혼인지 물었다. 그리곤 술자리에 동석할 것을 권했다. 합석 제안을 거부한 5인조는 팜팜을 흔들며 짧은 공연을 마친 다음 남성들과 함께 집 구경을 하거나, 어색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약속된 시간이 끝날 때까지 스폰서들이 무리한 요구나 강압적인 스킨십을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잔뜩 긴장한 5명의 치어리더들은 뿔뿔이 흩어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NFL, NHL과 NBA 등 프로 구단, 그중에서도 특히 프로풋볼 구단에 속한 치어리더들은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우리들을 쥐어짜 사측이 경기장 안팎에서 떼돈을 벌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치어리더가 아니라 에스코트 서비스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외부행사 섭외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매니저들은 “몇 시간 동안 몇 명의 아가씨(girls)가 필요한지, 댄서들이 춤을 추기 원하는지 아닌지” 확인한다.
출장 사례금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다. 레드스킨스의 한 전직 치어리더는 “판촉행사 1회당 1인 평균 100달러를 받는데 비해 팀은 스폰서들에게 한 명당 1,200달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물론 구단도 전반적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달라스 카우보이를 비롯한 거의 모든 프로 구단이 오리엔테이션과 특별교육 등을 통해 소속 치어리더들에게 성추행 대응방법을 가르치지만, 구단이 나눠준 지침서에는 있으나마나한 대책이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지침은 추행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자리를 떠날 때에도 무례한 팬에게 공손한 인사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귀싸대기를 날려도 모자랄 판에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치한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까지 해야 한다. 팬들에게 성질을 부리다 적발되면 유니폼을 벗어야한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 대부분의 남성들 치어리더의 허리에 팔을 두른다. 짧은 상의와 치마 사이의 맨살부위다. 손으로 허리의 맨살을 움켜쥐는 ‘진상’도 수두룩하다. 아예 처음부터 엉덩이로 내려오는 손도 있다. 그럴 때에도 미소를 잃지말고 상냥하게 인사를 한 후 빠져나가야 한다.
달라스 카우보이의 치어리더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한 여성은 홈게임이 있던 날, 동료들과 필라델피아 이글스 팬이 그룹을 지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을 당시를 회상했다. “교육을 받은 대로 우리는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며 그들의 옆을 지나갔어요. 그때 우연히 저와 눈이 마주친 한 남성이 ‘너 강간 한번 당해볼래’라고 소리치는 거예요. 기가 막히더라구요. 홈 팬들도 수준이 비슷해요. 비공개 계약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술취한 팬들에게서 들은 막말들을 그대로 옮길 순 없지만 막상 들으면 귀를 의심하게 될 겁니다.
19세 되던 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치어리더로 활동했다는 한 여성은 구장 출입구에서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는데 열 두 살짜리 남자아이가 뒤에서 엉덩이를 움켜쥐어 기절할 뻔 했다며 “둘러섰던 사람들 모두가 웃기만 할 뿐 그 누구도 소년을 야단치지 않아 더욱 기가 막혔다”고 털어놓았다. 팬들이 우리를 사진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것 같았다”는 그녀는 입단 8개월만에 스스로 유니폼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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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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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도덕 불감증 시대는 어디나 마찬가지고요
몸으로 먹고 살기 힘드네요
치어리더가 화려해 보일 수 있겠지만 결국은 남자들의 눈요기...
남자들이여 제발~~ 쪽팔려 죽겄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