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통 끝 5년만에 배심원 선정 완료
▶ 감옥? 정신병원? 정할 범행동기 변호인“환각 시달린 정신이상” 검찰“혹사와 저임금에 분개”
크림 가족의 아파트 앞에 마련된 어린 희생자들, 리오(왼쪽)와 루시아의 추모 장소.
외출에서 돌아온 뉴욕의 주부 마리나 크림이 목욕탕 문을 열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참혹한 공포에 맞닥뜨린 것은 5년 전이었다. 2살짜리 아들 리오와 6살짜리 딸 루시아가 칼에 찔려 죽은 채 욕조 안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가 지난 2년간 믿고 아이들을 맡겼던 유모는 손에 칼을 든 채 옆에 서 있다가 스스로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했다.
마리나가 수영 레슨을 받는 둘째딸을 픽업하러 나간 사이 유모 요셀린 오르테가(55)가 맨해튼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크림가족의 아파트에서 자신이 돌보던 두 아이를 살해한 것이다.
법정에 출두한 요셀린 오르테가.
마리나와 남편 케빈은 물론이고 유모부터 베이비시터까지 자녀 돌보기를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는 수많은 뉴욕의 부모들은 이해하기 힘든 의문에 사로잡혔다 : 오르테가는 왜 그런 짓을 했는가?
오르테가의 자해 상처는 치명적이 아니었고 그녀는 그해 11월 2건의 1급살인 혐의로 기소되었다. 변호팀이 정신이상에 근거한 무죄주장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재판은 계속 연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주 배심원 선정이 완료되었다.
법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재판에서 뉴욕주 수프림 코트가 판정할 쟁점은 한 가지다 - 오르테가는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낼 것인가, 정신병원에서 보낼 것인가.
그러나 앞으로 3개월 동안 계속될 증언을 통해 사람들의 의문은 마침내 풀릴 지도 모른다. 오르테가는 그 잔혹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정신이상에 시달려 온 것이었는지, 검찰의 주장대로 부당하게 요구당한 과도한 업무에 대한 단순한 분노가 범행 동기였는지를.
체포이후 오르테가는 90 차례 법원에 출두했으며 2회의 장시간 공판심리도 거쳤다. 그러나 아직 그녀의 의료기록에 관해 알려진 것은 극히 부분적이다. 2013년 6월 오르테가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가에 대한 심리에서 법원 지정 2명의 정신의학자들이 받을 수 있다고 증언한 것 정도다. 오르테가는 법정 절차를 이해할 능력이 있으며 자신의 변호팀을 도울 만큼 이성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당시 심리에서 변호 측 정신과 의사 카렌 로젠바움은 오르테가가 2012년 10월25일 사건 발생 후 몇 달 동안 정신질환 증상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악마가 나를 건드린다” “거인들이 싸우는 게 보인다” 등의 환각에 시달렸으며 “많은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여러 명의 음성이 들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측 정신과 의사 마일스 슈나이더는 오르테가가 정신이상 증세를 조작하는 몇 가지 기미를 보였다고 증언했으며 간호사들도 낯선 음성이 들리는 환청에 시달린다면서도 아무 반응을 안했다면서 슈나이더의 지적을 뒷받침했다.
양측의 주장을 다 듣고 난 그레고리 카로 판사는 2013년 8월 오르테가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상태라고 판정했다.
뉴욕법의 ‘정신이상에 근거한 무죄’ 기준은 상당히 까다롭다. 무죄 판정을 받아내려면 오르테가의 변호팀은 범행 당시 그녀가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유·무죄 평결을 내려야할 배심원들에겐 더욱 어려운 판단이다. 피고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행동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도덕적 이해능력을 가졌다는 전제 하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심원 선정 작업은 이번 주 맨해튼 수프림 코트 13층 법정에서 열렸다. 판사와 검찰측, 변호측은 배심원 후보들을 향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 같은 배심원 선정 절차는 모든 형사 재판에 앞서 진행된다. 해당 케이스와 같은 범죄에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지에서 부터 장기간 재판에 계속 나올 수 있는 지 등을 묻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는 여느 재판이 아니다. 뉴욕 시 전체를 경악케 했던, 특히 자녀들을 남에게 돌보게 하고 있는 부모들을 섬뜩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다른 어떤 케이스보다 배심원 선정부터가 ‘감정적’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 배심원 후보들에게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 “유모를 고용해 본적 있습니까?”
배심원 후보 넘버 16은 몇 년에 걸쳐 6~7명을 고용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넘버 18은 자신이 유모 일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담했다.
그러나 두 번 고용한 적 있었다는 넘버 4는 자신은 공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사에게 말했다. “난 사건 현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살며 아이들을 유모에게 맡겨 키웠다”는 그는 그것이 당신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 같은가라는 판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집에 돌아와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고 생각하면…난 공정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군에서 제외되었다.
도저히 “공정할 수 없다”고 말한 할렘 거주 세 아이의 어머니인 넘버 10, 대학시절 룸메이트 살해범이 재판에서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주장한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는 넘버 6도 제외되었다.
크림가족과 이리저리 얽혀있는 후보들도 있었다. 상당수가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 거주했고, 한 후보는 희생된 남매의 이름으로 설립된 기금에 기부를 했으며 다른 후보의 딸은 케빈 크림의 직장 동료였고 또 다른 후보는 크림가족을 알고 지낸다고 답했다.
이번 주 화요일에 시작된 배심원 선정 작업은 204명 후보군에서 12명을 추려낸 후 목요일에 완료되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오르테가는 30년 동안 어퍼 맨해튼에 위치한 언니의 집에서 살았으며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공장과 청소 일을 했던 그녀는 크림가족의 유모로 일하면서 만족하는 듯 보였다고 친구들은 전한다. 크림가족에게서 선물로 받은 앤 테일러 재킷을 자랑스러워했으며 크림 가족이 도미니카 공화국에 가서 그녀의 가족들을 방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녀가 자해 후 입원했을 때 병상 곁 경찰에게 마리나 크림이 유모인 자신에게 일주일에 5시간씩 청소 일을 시켰으며 독한 청소약품 때문에 피부를 망쳤다고 불평했다면서 분개한 종업원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또 일부 주민 역시 오르테가가 과로와 저임금을 불평하며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전했다.
2012년 10월25일, 오르테가는 두 아이를 댄싱 스튜디오로 데려가기로 되어 있었다. 거기서 엄마 마리나와 둘째 딸 네시(3)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지 않았고 오지 않은 근본 원인을 찾아내려는 재판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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