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은 분쟁 중
▶ 쿠르드족, IS 격퇴 일등공신에서 공공의 적으로
터키 지원을 받는 시리아반군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군인들이 21일 시리아 북부 키리크한에서 쿠르드민병대(YPG)를 몰아내기 위한 이른바 ‘올리브 가지’ 작전 수행을 앞두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미국과 협력관계인 시리아민주군(SDF) 구성원인 YPG 공격을 위해 터키가 전날 시리아 북부 아프린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하면서, 현재까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왔던 시리아 전쟁의 긴장과 갈등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AP]
지난 22일 터키의 국영방송 TRT는 이틀 전 시작된 시리아 북부 도시 아프린을 향한 터키군의 이른바 올리브 가지 작전 소식을 전하면서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한 전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아랍어로 “작전 목표는 (터키의)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시리아 내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을 몰아내고 쿠르드 형제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 뒤에 있는 이 많은 군인들은 오래 전부터 이 작전을 준비해 왔다”고 덧붙였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터키의 이번 작전은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완전 소탕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터키군의 ‘지상군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 바로 TRT와 인터뷰를 가진 자유시리아군, 곧 시리아 반군연합이다.
시리아 내전에 동참하는 반군 무장조직은 크게 세 부류다. 우선 100개 이상 크고 작은 조직들의 느슨한 연합체인 자유시리아군이 있다. 그리고 알카에다 연계 지하디스트 동맹체 ‘하이얏 타흐리르 알 샴(HTS)’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YPG를 중심으로 소수 아랍계와 투르크계가 참여, 2015년 10월 결성된 ‘시리아민주군(SDF)’이 있다. 그러나 작년 11월 투르크계 출신으로 이 조직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탈랄 알리 실로 준장이 터키로 떠나면서, SDF가 상징적으로 유지해 왔던 ‘다양성’은 사실상 무너졌다. 실로 준장의 ‘변절’은 터키의 군사 작전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징조이기도 했다.
올리브 가지 작전에 자유시리아군이 터키의 지상군 파트너로 동참한 건 시리아 내전의 복잡한 전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변수다. 다른 주변국들과 같이 터키는 시리아 반군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 왔는데, 자유시리아군에 대한 영향력을 대폭 강화한 건 2016년 전후쯤이다. 산만한 연합형태였던 자유시리아군은 그 해 8월 24일부터 이듬해 3월 29일까지 진행된 터키의 ‘유프라테스 쉴드’ 작전을 계기로 터키의 그늘 아래 모여들었다. 이 작전에서 터키는 ‘IS 격퇴’와 ‘쿠르드족 테러리스트 소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면서 시리아 북부에 처음 진입했다. 당시에도 YPG와 지상전을 벌인 것은 자유시리아군이었고, 터키의 YPG 고립 작전은 그 때부터 매우 구체적으로 전개됐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터키는 자유시리아군의 호위를 받으며 HTS 강성지역 이들리브 지역에 진입한 뒤, 지금까지 계속 주둔 중이다. 미 공군 정보국 출신으로 CNN 군사평론가로 활동 중인 릭 프랑코나는 올리브 가지 작전 개시 사흘 전인 지난 17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터키의 이들리브 점령은 ‘아프린 공격을 위한 전초전’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터키가 아프린 공격에 나서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얘기였다.
IS의 수도였던 시리아 락까를 이들의 손아귀에서 해방시킨 주역이 YPG 주도의 SDF 동맹이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프랑코나는 “(2016년 유프라테스 쉴드 작전 때) 터키와 자유시리아군은 락까의 80마일 근처에 접근조차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10월 IS에 대한 승전소식 발표도 SDF 대변인 실로 준장의 몫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그의 변절이 이뤄진 것이다. 이스탄불에 본부를 두고 망명정부 노릇을 해 온 ‘시리아 혁명 전국 동맹’(이하 시리아동맹)은 그의 ‘터키행’에 자유시리아군의 도움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1일 성명에서 “‘시리아 군(Syrian National Army)’이 (쿠르드족의) 테러리즘으로부터 시리아를 깨끗하게 하는 이번 올리브 가지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힌 데에서 보듯, 시리아동맹은 터키의 대(對)쿠르드 군사작전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그런데 시리아 정부군(Syrian Arab Army)이 아닌, 여기서 언급된 ‘시리아 군’은 누구일까. 지난해 12월 30일 공식 출범을 선언한 이 조직을 주도한 건 자유시리아군, 그 중에서도 터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투르크계 무장조직들이다. 마치 시리아라는 국가의 군대인 것처럼 이름을 붙였으나, 결국 ‘시리아 군’은 사실상 자유시리아군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과 적대 관계에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라타키아 지역에도 5개의 자유시리아군 조직이 있다. 이 중 시리아 투르크계가 대거 거주하는 라타키아 북부 투르크멘 산악지대를 활동거점으로 삼고 있는 ‘제2 연안부대’에는 터키의 극우조직 대원이 최소 250명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3월 출범한 ‘술탄 무라드 사단’의 경우는 아예 웹사이트에 “우리 투르크멘은 테러리스트 조직 (YPG의 정치조직인) PYD에 대항하는 우리의 투쟁을 계속한다”고 명시했을 만큼, 쿠르드족에 대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결국 시리아의 여러 전선에서 공통의 적이었던 IS가 사실상 패퇴하자, 이에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쿠르드족이 이제는 다른 모든 세력들의 적으로 떠오른 격이다. 시리아 전쟁의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는 중소 정보기술(IT) 컨설팅회사 임원 모이씨. 그는 매달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한다. 두 나라에 진출한 말레이시아 고객사들과 업무 미팅을 갖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모이씨가 한 달에 한 번씩 두 나라를 찾을 수 있게 된 데는 저비용 항공사의 힘이 컸다. 에어아시아, 라이언에어 등의 잇따른 등장으로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하는 운항 편수가 늘어나고 비용 부담도 줄어든 덕분이다. 모이씨는 “대형 항공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예전에는 잦은 항공권 구입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비행기에 오르게 되면서 회사의 글로벌 사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8년 새해의 문을 연 동남아시아의 하늘 길이 뜨겁다. 여행, 출장, 유학, 연수 등이 목적인 역내 이동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남아 주요 공항들은 연일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한 동남아에서 보내려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발길까지 더해지며 인기 노선의 좌석은 일찌감치 동이 날 정도다. 몰려드는 이용객을 수용하기에 벅찬 일부 공항들이 부랴부랴 시설 확충에 나섰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 중심에는 흔히 ‘LCC(Low Cost Carrier)’로 불리는 동남아의 저비용 항공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경쟁력 있는 운임을 앞세우는 저가 항공사가 주목 받는 것은 동남아만의 현상은 아니다. 북미,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도 저가 항공사들은 젊은 세대를 위주로 큰 호응을 얻으며 탄탄대로를 달려 왔다.
실제 항공업계에서는 좌석 수 기준 25~30%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자랑할 만큼 덩치를 키운 저가 항공사들이 기존 대형 항공사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계 저가 항공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 그 중에서도 동남아는 그 열풍이 어느 지역보다도 거세다.
국제 항공컨설팅 전문업체 아시아태평양 항공센터(Center for Asia Pacific Aviation)에 따르면 동남아에는 2017년말 기준 20곳의 저비용 항공사들이 총 690대 비행기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말 623대 비행기를 보유했던 것에 비해 10% 가량 증가한 수치로 곧 700대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선두는 단연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이다. 본사가 위치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사실상 전용으로 사용하는 이 항공사는 90대 항공기로 아시아ㆍ태평양 및 중동의 74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영국의 항공사 평가기관 스카이트랙스로부터 9년 연속 세계 최고 저가 항공사로 선정된 것은 물론 에어아시아 엑스, 에어아시아 인도 등 자회사를 포함하면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 그룹으로 꼽힌다.
2위는 라이언에어다. 지연 운항 및 안전 사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116대 비행기가 동남아 최대 국가 인도네시아 전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있다. 필리핀의 세부퍼시픽항공, 태국의 녹에어, 싱가포르의 스쿠트항공 등도 동남아를 대표하는 저가 항공사로 주가를 높여 왔다. 최근에는 기내 비키니 쇼와 기업 공개 등으로 화제를 몰고 온 베트남 최초 민영 항공사 비엣젯항공의 공격적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저비용 항공사 붐은 동남아의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 발전과 함께 늘어나게 마련인 도시 간, 국가 간 이동 수요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역내 교류가 활성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도약을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공은 동남아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나 감당할 수 있는 일상의 인프라로 제공되면서 경제 전반에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물론 동남아 저가 항공사들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서비스 마인드 및 우수 인력부족, 대형 사고 위험 등을 둘러싼 우려는 좀체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 저가 항공업계에 관심을 보이는 자본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동남아 중산층의 팽창에 맞춰 당분간 저비용 항공사를 찾는 발걸음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동남아 저비용 항공사의 전성 시대가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 자못 흥미진진하다.
<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