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 앞두고 아이 갖자 졸업식 참석 금지 조치 논란
▶ 낙태방지단체 등서 구제 나섰지만 학교측 번복 거부
매디 런클리스의 모교인 기독교학교는 임신한 그녀의 졸업식 참석을 금지시켰고, 학생회에서도 퇴출시켰다. [Nate Pesce/뉴욕타임스]
매디 런클리스는 고교시절 막바지까지 학교에서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범생이’었다. 그러나 졸업을 눈앞에 둔 시점에 덜컥 임신을 하면서, 빈틈없는 철옹성처럼 보이던 그녀의 세계는 삽시간에 허물어져 내렸다. 학생회 회장직에서 밀려났고, 축구부에서도 제명을 당했다. 게다가 메릴랜드 주 분스보로에 위치한 사립 기독교 학교인 헤리티지 아카데미의 재단이사들은 평균 평점 4.0의 좋은 성적을 기록한 그녀의 졸업식 참석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 결정은 런클리스 가족이 반낙태그룹인 ‘스튜던츠 포 라이프’(Students for Life)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낙태 반대 집회에 매디를 참석시킨 스튜던츠 포 라이프의 크리스탄 호킨스 회장은 “태아를 지키려는 18세 소녀의 용기 있는 결정은 벌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 측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설득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특정교단에 속하지 않은 독립학교로 매일 성경을 강의하는 헤리티지 아카데미의 데이비드 홉스 교장은 매디에 관한 논의를 거부했다.
학교 이사진을 대신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홉스 교장은 매디의 임신을 “많은 기도와 논의가 이루어졌던 내부 쟁점”라며 “그녀는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예정대로 졸업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디의 이야기는 혼전 금욕을 권하는 기독교 학교가 10대 임신부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예민한 문제에 새로운 조명을 비췄다.
결혼과 가정에 관한 리서치를 담당하는 내셔널 매리지 프로젝트의 국장이자 버지니아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브래드 윌콕스 박사는 “한마디로 상충하는 두 가지 가치에 관한 문제”라며 “한편에는 정조라는 고전적 명칭을 지닌 현재의 금욕이 자리 잡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기독교권의 기대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3,000개 개신교 학교를 대표하는 국제기독학교협회의 대표이사인 릭 켐턴은 “금욕과 생명존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크리스천 교육자에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학교들은 여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켐턴은 “크리스천 학교들이 자주 사용하는 성경 용어들 가운데 하나가 온전하신 하나님의 은혜”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는 게 이들의 기본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켐펀은 “매디가 올바른 선택을 했지만, 그렇다고 떠들썩하게 칭찬을 해주는 것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10대에게 예정에 없던 아기를 낳는 것이 훌륭한 옵션이라는 그릇된 관념을 주입시킬 수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일부 학교는 임신부 학생이 집에서 혼자 학사년도의 남은 일정을 마무리하기를 원한다. 매디에게도 이같은 조치가 강구됐었다.
매디는 헤리티지 이사회로부터 일단 이틀간 정학처분을 받았다. 이사장인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사회 모임에 스스로 참석하지 않았다.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시간을 끄는 이사진의 태도에 분노해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은행 부회장인 매디의 아버지 스캇 런클리스는 “누군가 규칙을 어겼다면 규칙을 어긴 시점에 벌을 주는 것이 당연한데, 이사진은 4개월 뒤에 열리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벌을 내렸고, 이로 인해 딸은 교교시절 마지막 시간을 고통 속에 보내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10대의 임신을 막기 위해 작성한 2009년도 캠페인 자료를 인용, 젊은 복음주의자들의 80%가 혼전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그룹의 대변인은 그러나 자체 리서치를 통해 실제 수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낙태정책을 추적하는 연구기관인 것매치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의 절반이상인 54%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답했다. “거듭난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매디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아들을 키울 계획이다. 그녀는 아이를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기 아버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앞으로 아기 아빠와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매디가 자신의 임신사실을 안 것은 지난 1월, 진학을 원하던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아들기 수 일 전의 일이었다. 그녀의 진학 1순위 대학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기독교 인문계 대학인 밥 존스 유니버시티였다.
처음엔 그녀도 임신 사실을 숨기려했다. 잠시 낙태에 생각이 미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그녀는 엄마 샤론과 헤리티지 아카데미 이사장인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 홉스 교장과 이사들에게 딸의 이야기를 전했고, 매디는 그로부터 4개월 후에 열리는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통고를 받았다. 그때까지 계속 수업을 받으면 졸업장은 주겠지만, 졸업식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이 내린 징계 내용이었다.
매디는 징계를 받아들였다. 그녀에게 따라붙은 주홍글씨의 오명 때문에 종종 친구들로부터 집단적인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감내할 밖에 없는 일이었다. 졸업장을 받기까지 남은 4개월 동안 매디는 교회의 후원을 받아 미혼 임신부를 지원하는 임브레이스 그레이스(Embrace Grace)라는 기구의 지부 창설을 도왔다.
그녀는 “낙태반대론자들조차 아기를 지키려는 미혼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려 들지 않는다”며 “솔직히 그럴 때마다 차라리 낙태를 택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슬며시 후회가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랬다면 사람들은 곧 용서를 해주었을 것이고 이처럼 오랜 시간 속을 끓이며, 보이지 않는 결과와 씨름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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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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