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관계 전문가 좌담회
▶ 전면적 옵션은 배제... 당근과 채찍 병행
세계의 화약고 된 한반도/미국과 북한 관계 전망 전문가 대담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제와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연이어 강행하면서 한반도는 여전히 일촉즉발 세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출범, 중국의 대북제제 강화 예고 등 변하는 국제 상황에서 USC 한국학 연구소의 데이빗 강 소장과 마코 밀라니 박사 등 한반도 전문가들과 함께 향후 북미 관계를 전망해본다.
-귀한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북미 관계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강 소장: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전 행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새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정말로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보다 더 걱정되는 부분까지 있다.
밀리니 박사: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허풍’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무력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 전면전은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군사 훈련을 하고 경제 제재를 하지만 아무도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다면 대화와 외교, 제재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옵션이 무엇이 있나.
▲강 소장: 한 가지 주목할 것으로 예상을 불허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가 정말로 미래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부시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은 없었다. 물론 앞으로 여건이 맞아야겠지만 말이다. 최소한 이전 미국 행정부 보다 북미 관계가 더욱 활발해 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있어서 가능해 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와 김정은은 물과 기름 같지만 오히려 두 사람 모두 예측이 불가능한 지도자들이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생각해 낼 수 있다.
밀라니 박사: 정치가가 아닌 기업 경영자 출신인 트럼프는 김정은을 국가의 지도자 보다는 기업의 CEO나 회장으로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있다. 기업가는 이윤을 위해 움직이는데 트럼프도 북한과의 관계를 미국과 북한이라는 ‘기업의 틀’에서 볼 때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전쟁까지 벌일 수 있다고 서로를 압박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극적으로, 예상치 못하게 대화에 합의할 수 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과 미국, 등 모든 주변 국가들이 전쟁은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음 옵션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
▲강 소장: 북한이 지난 4월 15일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열병식과 퍼레이드를 펼쳤는데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가 정부, 또 대다수 언론들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군사부문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군사 부문은 약 2시간 30분 퍼레이드에서 불과 20분만 차지했고 나머지는 비군사 부문이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부문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지만 우리 모두는 이를 읽지 못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간과하면 안 될 부분이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모든 것을 군사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밀라니 박사: 김정은 위원장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전쟁은 곧 그의 파멸을 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취임하면서 핵무기 개발은 한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의 협상을 위한 지렛대이며 자신의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방패막이었으나 지금은 그가 핵무기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대가가 지금은 엄청나게 높아진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등 주변국가가 이같은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그 대가가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 등이 포함된다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밀라니 박사: 문재인 새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전 보수적인 정권과는 달리 문재인 정부는 인도적인 지원과 대화에 나설 것이다. 이를 통한 남북한 관계의 긴장 완화는 향후 북미 관계에도 새로운 기류를 제공할 것이다.
강 소장: 북한이 박근혜 전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간이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에도 아주 중요한 시기일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역할은.
▲강 소장: 중국의 딜레마는 중국은 북한을 미국과 한국과의 버퍼존으로 생각하고 있다.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미군이 지원하는 한국과 국경선을 마주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북한 붕괴로 북한 이재민이 국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자신들의 경제발전에도 부정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용인하자니 자신들이 안보에 대한 위협은 물론 서방세계,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압력에 봉착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과 서방진영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밀라니 박사: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중국의 더 많은 역할을 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경제개발을 유도하면서 지역 경제와 점진적인 통합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앞으로 북미 관계의 방향을 전망한다면.
▲밀라니 박사: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북미 관계에는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냉전시대 사고방식에 묶여 있었던 정치가 출신의 전 미국 대통령과는 분명 다르다. 목적(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포기)이 맞는다면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생존’이지만 자신과 국가의 ‘자존심’도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 의 ‘자존심’을 살려준다면 김정은이 더욱 많은 양보를 할 수 도 있다.
북한과의 전면전이 사실상 옵션이 아닌 이상 트럼프도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을 절대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체제보장과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포기를 대가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강 소장: 장기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포기를 목표로 단기적으로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대한 개발 중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북한과 대화국면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문제 해결에 핵심적이고 가장 중요한 한국에서 문재인 새 정부가 들어섰고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북미관계, 나아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포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평화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SC 한국학 연구소에서 열린 전문가 대담에서 마코 밀라니 박사(왼쪽)와 데이빗 강 소장(오른쪽)이 본보 조환동 부국장과 함께 중장기적인 북미관계에 대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데이빗 강 USC 한국학 연구소장.
마코 밀라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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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강 소장과 마코 밀라니 박사는
데이빗 강 소장(한국명 강찬웅)은 한인 유학생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스탠포드대를 졸업하고 UC 버클리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다. 마코 밀라니 박사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탈리아 카글아리 대학에서 남북한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통화평일연구원 등에서도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등 유럽 출신의 새로운 남북 관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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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제제와 대화를 섞어가며 해결하는것이 유일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