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기록물·자료 전시서 탈피
▶ 희생자 묘사 회화 인스톨레이션
에릭 피슐의 청동 여인조각상 ‘텀블링 우먼’ [사진 Eric Fischl]
비디오작품 ‘전시 13’(Exhibit 13)에 등장하는 서류 한 장. [사진 Credit Blue Man Group]
만주 섄들러의 회화 인스톨레이션 ‘제스처’의 한 작품을 클로즈업한 이미지. [사진 Manju Shandler]
타드 스톤의 작품 ‘리프팅’. [사진 Todd Stone]
■ ‘…예술가들의 반응’ 특별전으로 9월12일 개관
그라운드 제로에 세워진 9/11 추모박물관(September 11 Memorial Museum)은 15년전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무너뜨린 테러 공격의 끔찍했던 순간들과 영웅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컬렉션을 지난 2년 동안 전시해왔다.
이제 이 메모리얼 뮤지엄은 역사적인 물품의 전시를 넘어서 9/11 공격에 대한 반응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처음으로 기획 전시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의 렌더링: 9/11에 대한 예술가들의 반응’(Rendering the Unthinkable: Artists Respond to 9/11)이란 제목의 이 전시는 9월12일 특별전시관에서 개막될 예정으로, 이 갤러리 자체가 이날 처음 문을 여는 것이다.
이 개관 전시에는 에릭 피슐(Eric Fischl)의 청동 조각품 ‘텀블링 우먼’(Tumbling Woman), 만주 샨들러(Manju Shandler)가 3,000명의 희생자들을 묘사한 3,000점의 회화 인스톨레이션 중의 840점, 이제이 바이스(Ejay Weiss)가 현장의 재를 검은색 아크릴 물감과 섞어서 작업한 4개 작품 등이 전시된다.
이 전시는 유물과 기록물의 컬렉션을 예술작품들로 보완함으로써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려는 박물관 측의 노력을 보여준다. 뮤지엄 관장 앨리스 M. 그린월드는 “상설 추모기념 전시 외에 기획전 시리즈에 대한 아이디어가 계속 논의돼왔다”고 말하고 “그래야 한번 왔던 사람들이 다시 방문하게 되고, 달리 오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물관으로서도 9/11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메모리얼 뮤지엄은 작가 스펜서 핀치(Spencer Finch)의 위촉 작품을 전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로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테러 공격에 관한 역사기록물과 자료저장소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14년 개관했다.
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1만1,000점의 컬렉션 중에서 현재 약 1,000점 정도가 전체 지하에 지어진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 중에는 하이재커들이 공항을 통과하는 감시 카메라 영상, 벽에 영사되는 디지털 카피들, 실종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만든 포스터들, 여기저기 타버린 흔적의 소방차 등이 있다. 보통 형사 재판에 제시되는 증거물들과 비슷한 이 물품들은 뮤지엄 방문객들에게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하곤 한다.
새로 시작될 기획전의 작품들은 이보다 더 조용하고 명상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고 그린월드 관장은 말한다. 이 작품들은 바로 운명의 그날 예술가 한사람 한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불확실성과 애도의 념과 함께 낙관적인 견해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다.
박물관은 오랫동안 9/11에 관련된 예술작품을 추적해왔다고 그린월드 관장은 말한다. 그중에서 한번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13명의 작품을 선정해 전시를 기획했다. 일부는 매리 분 갤러리와 뉴욕 사적지 학회, 뉴올리언즈 미술관에서 전시된 적이 있으나 이 모두를 한 자리에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큐레이터들은 서로 울림이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들, 그 가운데 어떤 공통성을 찾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말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뉴욕 출신으로 9/11 공격 당시 맨해튼 아래쪽에 스튜디오를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중 일부는 그날의 공격으로 친구나 친지를 잃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날의 하늘에 주목한 작품을 만들었다. 도시 전체를 메웠던 엄청난 먼지 구름 말이다. 혹자는 쌍둥이 타워에서 화염에 휩싸여 떨어져 내리던 사람들의 사체를 묘사하고 있다.
‘블루 맨 그룹’이라는 3명의 작가가 만든 작품 ‘전시 13’(Exhibit 13)은 그날 폭파된 두 건물에서 떨어져 내려온 종이와 서류들을 기록한 4분짜리 영상이다. 이스트 리버를 넘어 날아갔거나 브루클린에 떨어져 내렸던 편지, 달력, 명함 등 여러 언어들로 제작된 수많은 페이퍼들을 조명하고 있다.
비디오는 우울한 음악과 함께 조용한 목소리로 서류들의 내용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특별히 TV 뉴스 방송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어투와 음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내용들이다. “종이 한 장 한 장이 다른 인생,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블루맨 그룹의 리더는 말한다.
에릭 피슐의 청동 조각품 ‘텀블링 우먼’은 9/11 뮤지엄이 휘트니 미국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으로부터 대여해온 것이다. 이 작품이 지난 2002년 록펠러 센터에 처음 전시됐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고 심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예정보다 일찍 철수했었다.
2001년 이후 여러개의 ‘텀블링 우먼’을 제작한 작가 피슐은 작품에 대해 트윈 타워로부터 뛰어내리거나 떨어져 내린 사람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날 사람들이 느꼈던 공포의 수준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그날의 공격 이후 미국이 덜 안전하게 느껴지는 그 느낌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는 희망의 요소 역시 담겨있다.
“여인의 한쪽 팔을 뻗게 만든 이유는 이 작품이 공공장소에 전시됐을 때 사람들이 와서 만져보고 손을 잡았으면 하는 환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려는 시도이기도 하고 무너져 내림을 늦추고 싶다는 바램이기도 합니다”
앞서 기술한 작가들 외에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아티스트들과 작품들은 구스타보 보네바르디의 ‘폴링’(Gustavo Bonevardi, ‘Falling’ 2007-2009), 모니카 브라보의 5분 비디오 ‘2001년 9월10일’(Monika Bravo, ‘September 10, 2001’ 2001), 토비 칸의 ‘말’(Tobi Kahn, ‘M’AHL’ 2011), 도나 레빈스톤의 ‘영원한 안식’(Donna Levinstone, ‘Eternal Rest’ 2001), 콜린 멀레넌 맥팔레인의 4분 비디오 ‘딸, 9월13일’(Colleen Mulrenan MacFarlane, ‘daughter, sept. 13’ 2001), 마이클 멀헌의 ‘애쉬 로드 14-45가’와 ‘애쉬 로드 2-45가’(Michael Mulhern, ‘Ash Road 14-45th’ and ‘Ash Road 2-45th’ 2002-2003), 크리스토퍼 소세도의 ‘구름이 된 월드 트레이드 센터’(Christopher Saucedo, ‘World Trade Center as a Cloud’ 2011) 등이다.
한구일보 -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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